월급 비슷한 연금, 이탈리아에서 품은 장수의 열망수개월 전 클럽하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 때 그 기류에 합세해 ‘인싸’가 돼보려 몇 번 클럽하우스에 접속했다. 영어나 이탈리아어로만 하는 방에선 도무지 끝나지 않는 듣기평가 같은 스트레스가 있고 한국에서 개설된 방과는 시차가 안 맞았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유...2021-12-06 21:39
김밥이 아니라 ‘금밥’이더라대학 시절 미국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다. “미국에 가면 먹을 게 천지인데 음식을 왜 싸가냐”는 나의 항변에도 이미 유럽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던 한 벗이 부득이 인스턴트 밥, 밑반찬과 컵라면 등을 챙겨주며 “가면 분명히 이게 도움이 될 거”라고 큰소리쳤다. 미국의 큰 ...2021-11-07 14:35
짝다리도 모르던 고문관, ‘강철부대’ 되다2019년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헨델의 오페라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준비할 때의 이야기다. 클레오파트라 느낌의 의상과 분장을 살포시 기대했으나, 수백 년 지난 이야기도 현대적으로 표현해내는 연출가 로버트 카슨 덕분에 우리 배우들은 현대식 군복을 차려입고 로마...2021-10-14 22:46
커피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기부하고비토 아저씨는 오늘도 67번 버스를 타고 바그너 광장 앞으로 나름의 출근을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르는 법이 없다. 그의 일은 딱 그 200∼300m 근방을 돌며 구걸하는 것이다. 그의 요구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까다로운 손님같이 몹시 구체적이다.여...2021-09-04 17:06
공연 중간 ‘소리 없는 아우성’… 한 골 먹었구나공연 하루 전날 총리허설을 위해 무대 위에 섰다. ‘우리 정말 마스크 벗어도 되는 거야’ 하며 설레어하는 눈동자 중 몇몇은 이미 눈물이 차올랐다. 마침내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시작했다. 더욱 정확히 들리는 발음과 강약 조절부터 극장 구석까지 닿는 소리의 울림까지…. 이...2021-07-24 22:27
“아픈 것은 서럽지만” 돈 걱정은 안 한다기억조차 희미해진 별일 아닌 것에 분기탱천한 상태로 누워 잠을 청하던 금요일 밤. 쉬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오른팔이 약간 저릿하다. 이리저리 만져보니 오른쪽 뺨도 약간 감각이 떨어진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충격받은 회장님이 뒷목 잡을 ...2021-06-29 15:24
이탈리아에선 “내 통장에 도둑이야!”2020년 봄 에 첫 글을 실었을 때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이탈리아”(제1315·1316호 ‘우아한 드레스 입고 쓰레기를 버리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탈리아에서 살다니 너무 좋겠다, 최고의 여행지 아니냐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 등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보...2021-05-29 20:24
‘땡’을 하지 않는 심사위원들여러 해 전 호수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성악 국제 콩쿠르가 한창이라 크지 않은 도시지만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로 작은 골목골목마다 성악도의 기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1차 예선이 열리기 하루 전에 도착해 짐을 풀고 떨리는 ...2021-05-02 18:36
관객이 사무치게 그리워차차 나아지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이 지독한 역병은 1년 이상 우리 삶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다. 음악가로서 관객을 만난 지도, 관객이 되어본 지도 그만큼 오래됐단 소리다. 이전에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을 때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일상...2021-04-03 14:57
90살의 안젤로, 나의 선생님내 마에스트로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90살을 훌쩍 넘긴 분이었다. 1920년생인 테너 안젤로 로 포레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만한 나이였다. 화장실이라도 한번 다녀오려면 열 걸음 거리도 한참 걸렸고 가끔 반복적인 발성 연습을 할 적에 종종 조용히 ...2021-02-21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