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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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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아파트 옆 과소학교 vs 임대아파트 옆 과소학교

전국 5개 지역 직접 분석 ‘도심 속 과소학교’ 확인… 성남은 통학구역에 임대아파트 있는 초등학교 11개 중 5개가 과소학교
등록 2020-03-17 15:37 수정 2020-05-0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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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휴먼시아 거지). 2016년 일부 초등학생이 임대아파트 주민을 이렇게 비하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충격받았다. 자극적인 단어는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임대아파트 주민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물밑에서 계속된다. 대표적 양상이 ‘도심 속 과소학교’다. 임대아파트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한 학교에 보내기 원치 않은 일부 학부모는 통학구역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분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점점 줄어 폐교 위기에 다다른 곳도 생겼다.

은 의문을 가졌다. 이런 사회적 배제는 임대아파트가 있는 모든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얼마나 심각할까. 어디서 특히 두드러질까. 해법은 뭘까.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의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나 논문은 없었다. 그래서 은 서울과 전국 4개 지역을 직접 분석했다. 분석 과정 전체에 걸쳐 김수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교수에게 검토와 조언을 받았다.

임대아파트 있는 곳에 과소학교 많다

임대아파트는 서울에 300가구 이상 공급된 공공임대아파트 158단지(총 12만3104가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그래픽의 ‘임대아파트’ 정의 참조). 과소학교는 서울시교육청 기준으로 학생 수 240명 이하인 학교(공식 명칭 ‘소규모학교’)를 가리키며 서울에 32개(통학구역은 31개)가 있다. 통학구역은 거주지별로 초등학교 배정을 달리하기 위해 교육청이 설정한 구획을 뜻하는데 보통 한 통학구역에 한 초등학교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초등학교통학구역’ 안에 사는 학생들은 한국초등학교에 입학하게끔 배정받는다. 지도에서 청록 바탕에 흰 선으로 나뉜 구역이 초등 통학구역이다. 서울에는 총 600개 초등학교, 616개 초등 통학구역이 있다.

분석 결과,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이 보였다. 임대아파트가 있는 초등 통학구역에서 과소학교가 나타나는 비율이 컸다. 서울에서 임대아파트가 있는 통학구역은 118개고 그중 과소학교 통학구역은 9개(7.6%)다. 임대아파트가 없는 통학구역은 498개이며 그중 22개(4.4%)가 과소학교 통학구역이다. 통학구역 중 임대아파트가 있는 곳이 임대아파트가 없는 곳보다 과소학교가 존재할 확률이 1.7배 높다는 뜻이다. 사회적 배제가 숫자로 드러났다.

학령인구 밀도에 따른 착시효과 아니다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는 정말 관계가 있을까. 한 가지 살펴봐야 할 변수가 있다. 통학구역별 학령인구 밀도 차이다. 어린이가 드문드문 사는 지역은 자연히 과소학교 비율이 높을 것이다. 만약 임대아파트가 인구밀도 하위 지역에 몰려 있다면, 임대아파트의 영향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분석 결과, 임대아파트는 5~14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상위 50%)과 낮은 지역(하위 50%)에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임대아파트를 포함한 통학구역 118개는 고밀도 지역에 68개(57.6%), 저밀도 지역에 50개(42.4%) 있었다. 고밀도 지역 비율이 오히려 더 높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학령인구 밀도 차이에 따른 착시효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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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고밀도 지역에서 임대아파트 영향이 컸다. 5~14살 인구 고밀도 지역에서, 과소학교가 있는 통학구역 5곳 중 4곳은 임대아파트가 있다. 풀이하면 어린이가 많이 사는 지역인데 유독 학생 수가 적은 초등학교를 살펴보니, 바로 옆에 임대아파트가 있었다는 뜻이다.

서울 강서구에 그런 사례가 많다. 학령인구 고밀도 지역인데도 통학구역 내 임대아파트가 있는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104명, 162명, 174명에 불과하다. 반면 통학구역 내 임대아파트가 없는 주변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1602명, 881명, 672명 등으로 훨씬 많다. 학생 162명인 학교와 672명인 학교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0m다.

서울 노원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고밀도 지역에 학생 수 227명인 학교와 1625명인 학교가 600m 거리로 인접해 있다. 강서구(2만3020가구)와 노원구(2만2825가구)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임대아파트 재고량(현재 운영되는 임대아파트 가구 수 총합)에서 1·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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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중에서도 영구·50년임대

첫 분석에서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 사이에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다음 분석에선 한 차원 깊이 들어갔다. 임대아파트 유형, 입주 시기, 세대 규모, 지역 등을 나눠 분석했다. 핵심 변수는 임대아파트 유형이었다. 서울에서 영구임대아파트(이하 ‘영구임대’)와 50년공공임대아파트(이하 ‘50년임대’)는 과소학교와 연관성이 컸다. 반면 국민임대아파트(이하 ‘국민임대’)와 재개발임대아파트(이하 ‘재개발임대’)는 과소학교와 연관성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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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임대 유형은 모두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지만 단지 규모와 준공연도, 입주자 소득수준에 차이가 있다. 특히 단지 규모의 차이가 크다. 영구임대와 50년임대는 평균 1141가구, 841가구로 대단지에 가까운 반면 국민임대와 재개발임대는 평균 227가구, 277가구로 소형 단지에도 못 미친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통학구역에는 국민임대 1062가구가 12개 단지로 나뉘어 거주하는 곳도 있다. 임대 5~378가구가 일반 분양아파트 사이에 섞여 살고 있어, 겉으로 보면 국민임대 가구가 거주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 동네의 학교는 과소학교가 아니다. 임대와 분양이 섞인 ‘혼합단지’는 2007년부터 ‘소셜믹스’ 정책으로 본격 도입됐다. 국민임대와 재개발임대의 대부분이 혼합단지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영구임대와 50년임대는 대부분 분양아파트와 섞이지 않고 임대 가구만 대단지 아파트로 독립된 형태다.

경기·대구·광주도 비슷하다

세 번째 분석에선 서울 외 지역에서도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의 연관성이 나타나는지 확인해봤다. 특히 서울에서 영구임대아파트 및 50년공공임대아파트(이하 ‘영구-50년임대’)와 과소학교의 연관성이 확인됐으므로, 다른 지역을 분석할 때도 두 유형을 분리했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영구-50년임대 재고량으로 순위를 매기면 서울-경기-부산-대구-광주 순서다. 이 중 서울을 제외한 4개 지역에서 재고량이 가장 많은 기초지자체를 하나씩 꼽으면 경기 성남시, 부산 북구, 대구 달서구, 광주 북구다. 이들 기초지자체에 300가구 이상 공급된 3개 임대 유형 51단지(총 5만6918가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재개발임대 없음). 그 결과 부산 북구를 제외한 3개 지자체에서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 사이에 연관성이 드러났다. 특히 영구-50년임대만 분리해 살펴봤더니 연관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 성남시는 임대아파트 유무에 따른 과소학교 비율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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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학교 가운데 섬이 된 과소학교

경기 성남시는 분석 대상 지역 중 임대아파트와 과소학교의 연관성이 가장 크게 나타난 지역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위례신도시와 분당구에 섬처럼 고립된 과소학교가 보인다. 바로 옆에 학생 수 1천 명 이상인 대형학교가 즐비해 더욱 눈에 띈다. 대형학교와 과소학교 사이에 공동통학구역이 설정된 곳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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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민 기자 dr@hani.co.kr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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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모두 공개된 정보다. 정리해서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놓았으며 링크(http://bitly.kr/y9Y6sQTa·QR코드 참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분석은 2020년 2월 약 한 달간 진행했으며 QGIS(3.10.2), GeocodingTool64, EXCEL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과소학교의 기준이 지자체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도시 지역에서 ‘학생 수 240명 이하’인 학교를 소규모학교로 정의하면서도 교육청별로 자율성을 줬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의 소규모학교 기준인 ‘학생 수 240명 이하’를 전체 과소학교 기준으로 삼았다.
학령인구 고밀도-저밀도 지역은 행정동(행정구역 단위) 인구밀도 자료를 이용해 구분했다. 통학구역의 학령인구나 면적을 공개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학구역 경계는 대체로 행정동 경계와 겹치나 일부는 다르므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서울에서 통학구역이 면적 50% 이상 학령인구 고밀도 지역에 속하면 ‘학령인구 고밀도 통학구역’(312개)으로 분류했고, 학령인구 고밀도 지역에 속하는 면적이 50% 미만이면 ‘학령인구 저밀도 통학구역’(304개)으로 정했다. 여기서 학령인구 고밀도 지역은 서울 424개 행정동 중 5~14살 인구밀도가 중위값(1542명/㎢) 이상인 212개 행정동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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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모두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한 목적을 위해 공적으로 취득해 관리하는 공공 데이터로,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이를 기사 본문에서 설명한 저소득 임대아파트 기준과 학생 수 기준에 따라 재가공해 ‘임대아파트 통학구역’과 ‘과소학교’를 찾아냈다. ‘조작적 정의’를 통해 데이터를 재가공한 것이다. 조작적 정의란 이렇게 사물 또는 현상을 수량화하도록 기준을 세우고 개념화하는 것을 말한다. 올바른 조작적 정의를 통해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 초등학교 모집단을 전수 집계한 것이므로 통계 검정이 없이 서울시 통학구역 내 임대아파트가 있을 경우 임대아파트가 없는 경우보다 과소학교 비율이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7.6% vs 4.4%). 임대아파트가 있을 경우 초등학교 100개당 7.6개 과소학교가 있고, 임대아파트가 없을 경우 4.4개 과소학교가 있다는 결론이다. 임의 추출한 표본 데이터라면 카이제곱검정 같은 통계 테스트를 활용해 임대아파트 존재 유무와 과소학교 여부에 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7.6%와 4.4%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통계 기법에서는 조사 데이터 1차 분석만으로는 인과관계를 확신하지 않는다. 다만 이후 과소학교 추가 조사를 이어간다면, 일반 통학구역 내 과소학교와 임대아파트 통학구역 내 과소학교를 구분해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김수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교수 soohyunkim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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