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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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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놀이공원 가면 안 돼요?

어린이날, 어린이를 더 속상하게 하는 ‘코로나19’란
등록 2020-05-02 05:27 수정 2020-05-03 00:53
4월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분장한 남성이 어린이와 놀아주고 있어요. AFP 연합뉴스

4월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분장한 남성이 어린이와 놀아주고 있어요.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생활과 문화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더욱 그렇습니다.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일상화됐습니다. 학생들은 사상 처음으로 개학이 한 달 반 정도 미뤄졌습니다. 그나마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대신 집에서 수업받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 좋아하면서도 온라인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가 초등학생이 궁금해하는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설명합니다. _편집자

학교에 가면 코로나19가 더 퍼지나요?

속마음은 학교에 가는 개학, 다시 말해 등교 개학이 더 늦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군요.(들켰죠?)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 아무래도 교실 등에서 서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지겠지요. 쉬는 시간에 얌전히 교실만 지키지 않고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잖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미열, 약한 기침 등만 있는 친구가 학교에 있다면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염을 전파할 수 있어요. 그러다가 집에 돌아가 부모님 등 다른 가족에게도 옮기면 다시 코로나19 유행이 매우 커질 수 있어요.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서 사람이 많이 모여 책상에 앉아서 근무하던 콜센터나, 환자가 한꺼번에 많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랍니다.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되지 않냐고요? 물론 철저한 손씻기나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등을 잘 지키면 집단감염 확률을 줄일 수 있어요. 그런데 어린이들은 손을 잘 씻으라고 해도, 마스크를 잘 쓰라고 해도 깜빡하고 지키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챙겨주기라도 하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일일이 챙기기 쉽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만약 등교 개학을 하려면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킬 수 있는 고학년이나 코로나19 환자가 없는 지역 가운데 학교 규모가 매우 작아 서로 접촉 기회가 적은 곳부터 개학할 수 있겠지요.

3월19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카이저퍼머넌트워싱턴건강연구소’(KPWHRI)가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몸에 넣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3월19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카이저퍼머넌트워싱턴건강연구소’(KPWHRI)가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몸에 넣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어른들은 코로나19 예방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던데, 언제쯤 나와요?

예방접종하기 싫어하는데 진짜로 백신이 개발됐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적에 여러 번 했던 예방접종이 기억나는지 모르겠네요. 받지 않겠다고 병원 앞에서 도망도 가고 그랬는데 말이죠. 예방접종은 감염병 차단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랍니다. 물론 효과가 크다면 말이지요. 코로나19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 많은 나라가 백신을 개발 중이에요.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잘 변하는 특징이 있어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또 만든다고 해도 실제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도 몇 달씩 걸려요. 관련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해요.

치료제가 있으면 감염되더라도 치료하면 될 텐데, 아직 효과가 좋은 치료제 역시 나오지 않았어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걸리는 말라리아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 쓰던 약을 쓰기도 하는데, 아직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이라는 게 증명되지는 않았답니다. 하루빨리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구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죠.

코로나19는 박쥐가 옮겼다는 말이 나오던데, 저녁에 박쥐가 날아다니거나 박쥐가 있는 동굴은 피해 다녀야 하나요?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다만 새로운 바이러스, 즉 신종 감염병은 동물한테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올 때가 많았어요. 지금 과학자들은 박쥐에 살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우연히 사람 몸에서도 번식이 가능하게끔 변종이 나타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죠.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박쥐도 위험한 것 아닌가 걱정되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바이러스가 아무 동물에나 살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동네에 사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자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다녀요. 웬만해서는 그곳을 떠나지도 않아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변종이 나타나고 마침 사람에게 그 바이러스가 옮겨와 살면서 신종 감염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우연한 기회는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원래 사람과는 교류가 없었던 동물이 사람과 만나게 되는 상황이라고도 설명해요. 아마존 같은 깊은 밀림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곳에 사는 생물이나 바이러스와는 접촉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숲을 파괴해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곳에 사는 낯선 생물들과 만날 수 있지요.

4월2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노백바이오테크의 품질관리실험실에서 한 여성이 바이러스 예방주사를 맞는 어린이가 그려진 벽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AFP 연합뉴스

4월2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노백바이오테크의 품질관리실험실에서 한 여성이 바이러스 예방주사를 맞는 어린이가 그려진 벽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AFP 연합뉴스

나이가 많을수록 코로나19 위험성이 크고, 아이들은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 세 차례 크게 유행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사스(SARS), 2010년대 초반 중동에서 메르스(MERS)가 유행하다가 2015년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지요. 현재는 코로나19가 유행인데요. 모두 원인 바이러스가 코로나랍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집계한 바로는 이 세 유행에서 모두 고령자가 숨지는 비율이 매우 높아요. 그리고 10~20대 등 젊은층에서는 사망이 거의 없고 환자 비율도 극히 낮아요.

코로나19 정부 통계를 보면 4월30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만700여 명이 걸려서 약 9천 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안타깝게도 247명은 숨졌는데, 그 가운데 20대 이하 환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30대 사망자도 2명에 불과해요. 코로나19 환자 전체에서 30대 이하 환자는 30%를 차지하지만 사망자는 거의 없는 셈이지요. 대신 70~80대는 전체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꼴이에요.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고령자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지요. 이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해요.

물론 어리다고 안심하지는 않겠지요? 지금까지 통계가 그렇다는 것이고, 혹시 달라질 수도 있어요. 또 우리 친구들이 걸려서 부모님이나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옮길 수 있으니 방심하면 곤란해요.

어린이날에 테마파크나 놀이터도 가면 안 되나요?

한 해 하루밖에 없는 날이라고 놀러갈 것을 어린이 여러분이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요. 올해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답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시점을 어린이날까지 잡은 이유거든요. 코로나19 유행이 많이 줄어 4월 말에는 환자 발생 수가 날마다 10명 안팎이지만, 코로나19는 매우 잘 퍼지는 특징이 있거든요. 실내에서는 특히 잘 그래요. 아무리 야외에서 놀이를 즐긴다고 해도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길게 서거나 놀이기구 손잡이를 잡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감염이 전파될 수 있어요. 대신 사람들이 덜 붐비는 산이나 산책길 등은 훨씬 안전하답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이번 어린이날은 간략히 치러도 되겠지요?(이거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 못한 아빠의 변명만은 아니랍니다. 어른들도 다 그래야 해요.)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himtrain@koh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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