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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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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로 사는 마음

화가로 거듭난 뮤지션 마이큐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2-01-12 14:27 수정 2022-01-13 02:10
‘세기의 플레이어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s Best Plays Of The Decade)

‘세기의 플레이어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s Best Plays Of The Decade)

가고시언(Gagosian)의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 Patti Smith, Hans Ulrich Obrist, Rashaun Mitchell + Silas Riener | Premieres)

가고시언(Gagosian)의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 Patti Smith, Hans Ulrich Obrist, Rashaun Mitchell + Silas Riener | Premieres)

마이큐(MY Q)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19살 때다. 1집 타이틀곡 <며칠째>를 들으며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음악이 있나 싶었다. 세월이 지나 그의 새 앨범 소식을 들었다. 기대 반 걱정 반 음원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앨범에 달린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저희 동네에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늘 멋있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했죠. 몇 해가 지나고 친구와 대화하다 우연히 이곳 얘기가 나왔어요. ‘아직 장사하나?’ ‘오랜만에 가볼까?’ 변한 게 없더라고요. 입구 앞에 있던 화분도, 놓여 있던 소품도, 손수 적은 안내문까지. 그 순간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간판불을 켜고 끄는 사장님의 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아이디 Mumut)

누가 마이큐 팬 아니랄까봐 좋다는 말을 이렇게 한다.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음악을 만들어온 마이큐는 요즘 화가로 새로운 문을 여는 중이다.

Q.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어요? “2019년 전국투어 때. 공연장을 꾸미고 싶은데 아티스트를 섭외할 여건이 안 됐어요. 내가 해볼까? 처음 붓을 사고 아크릴을 써봤는데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다 팬데믹이 터졌고, 집에서 미친 듯이 그렸어요. 자다가도 그리고.”

Q. 와, 그런 순간 너무 원해요. 요즘 몰입을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요. “그 시간이 사실 가장 중요하죠. 성장 과정이니까. 몰입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아요. 사랑도 설레는 순간은 길지 않잖아요. 그 시간을 지나 상대를 이해하고 힘들 때 하는 사랑이 진짜죠. 기분 좋을 때 하는 사랑, 누구나 하죠.”

Q. 그림을 그린다는 건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죠? “매 순간 붓을 드는 건 두렵거든요. 이게 맞을까? 틀릴까? 삶도 그렇잖아요. 내가 지금 하는 이 선택이 맞나? 하지만 붓질하면 되돌릴 수 없어요. 덮어도 남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선택에 신중해야 하지만 또 어떤 땐 신중하지 않아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영혼이 건강하고 맑은 물에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Q.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나요? “너무 힘들지만 노력하죠. 우린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내 약함을 인정하는 일 같아요. 그게 가장 용감한 것 같아요. 요즘 자기 피아르(PR) 시대라고 하지만 내 장점만 부각하는 건 자기가 아닌 것 같거든요.”

Q. 창작도 그 과정의 일환인가요? “실패가 근육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죠. 음악은 저를 비우는 과정이에요.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저도 있었지만 밀어내려 노력했고 그래서 많이 편안해졌어요. 그림도 아무 생각 없이 의도하지 않고 그려요. 우리 무의식의 서랍 속엔 아픔, 상처, 기쁨 다 있기 때문에 그리다보면 그림이 나에게 다가와요. 내가 그림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Q. 시작하는 용기도 어려워요. “그건 그냥… 하면 돼요. 생각하면 절대 시작 못하고 몸이 해야 돼요. 마음은 계속 두렵고 재보고 그러는데 몸이 하면 돼요. 그럴 땐 그냥 몸이 하면 돼요.”

Q. 마이큐 하면 패션도 빠질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어요?’라는 물음에 ‘나답게’라고 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실현할 수 있죠? “이미 질문에서 비교 대상이 규정돼 있잖아요. 누군 멋있는 사람, 누군 아닌 사람, 그것부터 깨야 해요. 저기 지나가는 할아버지, 추워서 큰 잠바 입은 건데 제 눈에는 너무 멋지거든요. 이런 게 멋이고 자기다움이에요.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이런 것도 있는데 한번 볼래, 하는 거!”

Q. 마지막으로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테픈 커리 농구선수요. 좋아해서 유튜브로 많이 찾아봐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농구선수인데 겸손해요. 한 가정의 아빠고 부인을 사랑하고. 그래서 멋있고, 그 사람의 게임을 보면 영감이 아주 그냥… 샘솟아요. 힘을 얻고 희망을 얻어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마이큐의 플레이리스트

‘세기의 플레이어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s Best Plays Of The Decade)

https://www.youtube.com/watch?v=P5_xgip67ac

가고시언(Gagosian)의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 Patti Smith, Hans Ulrich Obrist, Rashaun Mitchell + Silas Riener | Premieres)

https://www.youtube.com/watch?v=LgZLLIoYp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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