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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 던진 ‘테니스 전설’의 은퇴 예고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08-13 13:00 수정 2022-08-14 01:05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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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니스의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41·사진)가 은퇴를 예고했다. 그는 2022년 8월9일 <보그>에 공개한 자필 에세이 ‘세리나 윌리엄스가 그 자신의 언어로 테니스와 작별을 고하다’에서 “테니스를 그만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리나는 1999년 18살 나이로 US오픈을 제패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흑인 여자 선수로는 1958년 앨시아 깁슨 이후 첫 우승이었다. 이후 23년 동안 단식 토너먼트에서 73번 우승했고, 메이저 대회(오스트레일리아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23차례 우승(그랜드슬램)했다. 통산 319주 동안 랭킹 1위(역대 3위)를 지켜낸 기록을 보유했다. 그간 따낸 상금만도 9450만달러(약 1238억원)다. 2010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그를 ‘역사상 전세계 모든 여성 운동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세리나는 ‘백인 귀족 남성’의 전유물이던 테니스에 만연했던 인종과 젠더의 장벽을 코트 안팎에서 깨부쉈다. 2018년 프랑스오픈 때 검은색 전신 보디슈트를 입고 등장해 여성 선수들에게 흰색 치마를 권고하는 성차별적 복장 규정에 반기를 들었다. 같은 해 US오픈에선 주심이 ‘코칭 위반’ 규정을 들어 페널티를 주자, 남성 선수들도 비슷한 행동을 했지만 징계받은 적이 없다며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강하게 항의해 ‘테니스계 성차별’ 논쟁에 불을 지폈다.

2017년 ‘흑인 여성 평등 급여의 날’인 7월31일 경제지 <포천>에 보낸 기고문에선 미국 흑인 여성들의 평균급여가 백인 여성보다 17% 적고, 남성보다는 37% 적다는 사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2400만 다른 미국 흑인 여성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가난, 차별, 성차별의 악순환을 깨는 것은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내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어려운(much much harder) 일”이라며 흑인 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을 강하게 성토했다.

미국 언론은 세리나가 8월29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US오픈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에세이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 내가 테니스 선수로서 그 힘든 시간을 거쳐왔기에 다음 세대가 더 편안해졌다고 믿고 싶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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