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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살리는 기록

경기도 연천 백의리를 무대로 열린 특별한 사진전…

기억하고 기록해야 마을이 살아난다
등록 2018-10-06 09:10 수정 2020-05-02 22:17
경기도 연천군 백의초등학교 담장과 교정에는 마을의 미래, 어린이들을 찍은 사진이 걸렸다. 방과 후 학교버스를 기다리던 유치원생이 학교 담장에 걸린 사진을 보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백의초등학교 담장과 교정에는 마을의 미래, 어린이들을 찍은 사진이 걸렸다. 방과 후 학교버스를 기다리던 유치원생이 학교 담장에 걸린 사진을 보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작은 마을 백의리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열렸다. 주민이 떠나고 빈집이 43채나 되는 백의리는 연천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동네다. 농사지을 땅도 적다. 오래전 미군 부대가 빠져나갔고 외출·외박 나온 군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마을 경제가 어려워졌다. ‘백의리 사진전’은 경기도와 연천군이 주최하고 서울예술대 산학협력단과 예술창조센터가 주관했다.

시골 마을 빈집과 담벼락, 골목길을 따라 사진 72점이 내걸렸다. 펼침막에 인화된 사진은 아랫부분을 길가 돌멩이로 눌러 고정했다. 고장 난 텔레비전이 버려졌던 담벼락에는 텔레비전을 찍은 사진이 나붙었다. 또 잘 익은 토마토를 찍은 사진은 토마토 텃밭 앞에 걸렸다. 낡은 기와와 교회 십자가가 인상적인 사진 위쪽으로 빨간 기와와 흰 십자가, 가을 하늘이 어우러졌다. 오케스트라를 꾸려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환하게 웃는 사진은 백의초등학교 교정과 울타리를 따라 여러 장이 함께 걸렸다. 백의리 마을을 주제로 사진 공모전도 열렸다. 입상작은 백의지서로 쓰던 빈 건물에 전시됐다. 지서 업무는 연천경찰서에 편입됐다.

앞으로 빈집과 미사용 건물들을 활용해 마을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백의2리 마을 살리기’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라져가는 ‘고향’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마을 사진전은 이 사업의 하나다. 마을의 역사성을 지키고 주민들의 문화적 삶을 풍성하게 해 마을 살리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전은 10월12일까지 열린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 마을 전경. 1960년대 초반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 마을 전경. 1960년대 초반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백의2리 모습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1960년부터 백의리에 주둔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미군 로버트 플렉킹어가 찍었다.

백의2리 모습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1960년부터 백의리에 주둔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던 미군 로버트 플렉킹어가 찍었다.

2018년 9월23일 같은 장소에서 찍은 백의2리 풍경. 도로는 그대로이나 집과 상점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8년 9월23일 같은 장소에서 찍은 백의2리 풍경. 도로는 그대로이나 집과 상점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래전 폐업한 동네 약방 앞에 앉아 있는 주민들을 찍은 공모전 대상작 ‘기다림’. 이경옥씨가 찍었다.

오래전 폐업한 동네 약방 앞에 앉아 있는 주민들을 찍은 공모전 대상작 ‘기다림’. 이경옥씨가 찍었다.

빈집에 걸린 동네 사진. 빈집을 마주 본 채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사진에 찍힌 마을 모습을 볼 수 있다.

빈집에 걸린 동네 사진. 빈집을 마주 본 채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사진에 찍힌 마을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 주민이 골목길에 걸린 사진을 보고 있다.

마을 주민이 골목길에 걸린 사진을 보고 있다.

인적이 드문 동네 골목길에 전시될 사진들(가운데 네거리 아래쪽으로)이 놓여 있다(위). 9월24일 밤 가로등 불빛이 밝힌 백의2리 마을. 불 꺼진 빈집이 곳곳에 있어 적막함을 더한다.

인적이 드문 동네 골목길에 전시될 사진들(가운데 네거리 아래쪽으로)이 놓여 있다(위). 9월24일 밤 가로등 불빛이 밝힌 백의2리 마을. 불 꺼진 빈집이 곳곳에 있어 적막함을 더한다.

연천=사진 김진수 기자
연천군
로버트 플렉킹어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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