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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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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에 집 잃은 두루미

등록 2020-01-20 04:16 수정 2020-05-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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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소한에 설경 속 두루미를 만나고 싶어 1월6일 강원도 철원평야를 찾았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 철원평야는 먹이가 풍부하고 인적이 드물어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전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철원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기대하던 함박눈은 고사하고 사흘 동안 내린 겨울비는 1907년 관측 이래 1월 강수량의 최고치(서울 기준)를 경신했다. 남쪽에서 대규모로 들어온 수증기가 겨울답지 않은 고온 탓에 많은 비를 만들었다.

한밤중에 물이 불어 월동 중인 두루미의 잠자리도 물에 잠겼다. 두루미는 천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물을 찾아 잠자는 습성이 있다. 때아닌 겨울비로 안전한 잠자리를 잃은 새는 물을 피해 황급히 피난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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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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