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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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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발자국마다 애기금계국

전북 완주군 읍내로 이전 뒤 텅 빈 교정만 남은 청완초등학교
등록 2021-07-17 16:35 수정 2021-07-21 07:05
2020년 3월 이전하면서 문을 닫은 전북 완주 청완초등학교 운동장에 화려한 꽃을 피운 기생초가 가득하다. 기생초는 국화과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Coreopsis tinctoria Nutt이다. 황금빈대꽃, 각시꽃, 애기금계국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설악산 같은 높은 산에 사는 멸종위기식물 2급의 기생꽃과 헷갈리고 꽃 모양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졌다는 비판이 있다.

2020년 3월 이전하면서 문을 닫은 전북 완주 청완초등학교 운동장에 화려한 꽃을 피운 기생초가 가득하다. 기생초는 국화과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Coreopsis tinctoria Nutt이다. 황금빈대꽃, 각시꽃, 애기금계국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설악산 같은 높은 산에 사는 멸종위기식물 2급의 기생꽃과 헷갈리고 꽃 모양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졌다는 비판이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완주산단9로 80, 옛 청완초등학교 운동장이 들꽃으로 가득하다. 노랑 한복판 짙은 빨강 무늬가 화려하게 대비를 이루는 기생초(황금빈대꽃·각시꽃·애기금계국으로도 불림)가 왁자지껄 뛰어놀던 아이들 대신 빈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풀을 관상용으로 들여와 심은 것이 들녘으로 퍼져나가 지금은 야생화가 됐다. 학교 문을 닫은 뒤 오래지 않아 운동장 전체를 뒤덮은 모습에 전문가들도 “일부러 씨앗을 뿌려 꽃단지를 만들려고 한 것 같다”며 강한 번식력에 혀를 내둘렀다.

1969년 완주 들녘 한가운데에 처음 문을 연 청완초등학교는 5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다. 통학을 위해 멀리 읍내까지 가야 하는 작은 농촌마을의 사정을 딱히 여겨 땅을 내놓은 지역 어르신 덕분에, 논 한가운데에 배움의 터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때 500명이 넘었던 학생 수는 급기야 3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가까스로 버티던 학교는 산업단지가 들어선 읍내로 이전했다. 2020년 3월 교문이 닫히자 텅 빈 교정만 남았다.

청완초등학교 5회 졸업생이자 봉동읍 상구미마을 이장을 맡은 김종년(58)씨는 “아이들이 새로운 시설에서 더 많은 친구와 어울리며 배우고 있어 잘된 일”이라면서도 “작은 농촌마을에서 듣기 힘든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던 운동장”이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인구가 늘어난 읍내의 학교로 아이들이 등교한 뒤, 빈 운동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들꽃들이 마을 사람들의 허전함을 달래주고 있다.

교정 곳곳에 잡풀이 자라고 있다.

교정 곳곳에 잡풀이 자라고 있다.

학생들이 놀던 미끄럼틀과 놀이터.

학생들이 놀던 미끄럼틀과 놀이터.

동상이 있던 화단은 풀이 자라 숲처럼 바뀌었다.

동상이 있던 화단은 풀이 자라 숲처럼 바뀌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생초는 대부분 꽃이 지고, 흰 꽃을 피운 개망초가 운동장을 차지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생초는 대부분 꽃이 지고, 흰 꽃을 피운 개망초가 운동장을 차지했다.

완주=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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