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집을 잃고 난민촌(캠프)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특별한 올림픽에 참가했다. 도쿄올림픽 폐막을 앞둔 2021년 8월7일(현지시각), 각기 다른 열두 곳의 난민촌에서 온 소년 120명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푸아 마을 난민촌 들판에서 ‘캠프 올림픽 2020’을 즐겼다. 여덟 살에서 열네 살 사이의 참가자들은 캠프를 대표하는 색깔의 조끼나 상의를 입고 경기를 치렀다.
이들은 창던지기, 높이뛰기, 장애물넘기, 무술, 배구, 배드민턴, 승마 등의 종목에서 기량을 겨뤘다. 멀리뛰기 종목에 출전한 왈리드 무함마드 알하산(12)은 “힘껏 뛰어 2등을 했습니다. 정말 신이 났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이 행사를 준비한 시리아 자선단체의 이브라힘 사르미니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 지역 난민들의 어려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려고 올림픽을 열었다”고 말했다.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는 ‘아랍의 봄’을 계기로 촉발한 시리아 내전은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석유가 풍부한 동부는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장악했고,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은 북쪽 국경지대를 차지했다. 정부군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영토의 3분의 2 정도를 장악했다. 2021년 7월17일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에 이어 2000년부터 21년째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다. 내전 뒤 5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반군 거점인 이들리브에서만 20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세계식량계획은 1827만 시리아 인구 중 1240만 명이 현재 식량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벌판에서 말 인형을 품고 달리는 곤궁한 올림픽이지만 어린이들의 웃음과 환호는 텐트 넘어 울려퍼졌다. 시리아의 운동선수들은 도쿄올림픽에도 시리아 대표팀과 ‘국제올림픽위원회 난민팀’으로 나뉘어 참가했다. 세계의 이목을 끈 도쿄올림픽에 비할 수는 없지만, 캠프 올림픽에 대한 작은 관심이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틔우길 기대한다.
사진 AFP 연합뉴스,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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