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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원피스 입고 국회 가도 괜찮아

등록 2020-08-08 05:01 수정 2020-08-09 01: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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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1997년 4월에 나온 노래 의 가사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 청바지를 입고 가고, 학생들은 반바지를 입고 등교한다. 하지만 입법 노동자들이 일하는 국회에는 아직 20년 전의 유행가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

8월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국회에 붉은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갔다가 느닷없는 악성 댓글에 곤욕을 치렀다. 한 언론사가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퇴장하는 장면을 찍어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부터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가 젊은 여성 정치인을 향한 혐오를 드러냈다. 캐주얼한 복장이 국회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부터, 여성혐오적인 언사를 포함한 댓글까지, 수많은 말이 범람했다.

정의당은 논평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했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준 류호정 의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과 응원의 한가운데에 선 류호정 의원은 “국회의 권위가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옷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청년들이 입는 흔한 원피스를 입었을 뿐인데 수많은 혐오표현이 잇따르는 현상 자체가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바뀐 세상에 걸맞지 않은 혐오표현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비난을 받았다. 7월28일 국회에서 ‘절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정책의 한계를 표현한 이광재 의원에게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괜한 시비를 건다’며 지지자들이 공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의원은 8월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보다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적을 받기 전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고, 장 의원은 “함께 나아가줘 고맙다”며 손을 내밀었다.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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