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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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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대통령’ 아직 오지 않았다

[정치] ‘안전 관리’ 개선 의지… 갈등 해결 리더십 아쉬워
등록 2021-03-20 01:42 수정 2021-03-20 18:30
2019년 10월28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적폐 청산, 촛불 대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19년 10월28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적폐 청산, 촛불 대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16년 겨울을 하얗게 불태운 촛불 광장에서 울려 퍼진 메아리는 “이게 나라냐”였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선 먼저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했다. 2017년 5월 탄생한 ‘촛불 정부’의 어깨는 무거웠다. ‘적폐 청산’의 적폐가 박근혜 하나만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저항과 연대로 타오른 ‘광장의 조증’이 가라앉고 난 뒤 차별과 배제로 가득한 ‘일상의 울증’(사회학자 엄기호)이 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도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었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정치 분야 국정과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
국민 인권을 우선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강화
국민 주권적 개헌 및 국민 참여 정치 개혁

“더 낮은 곳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청와대가 제시한 100가지 국정과제 가운데 다섯 번째인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엔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의 일정을 공개하고 고위 공직자의 검증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도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광화문 대통령’이란 구호는 잦은 접촉으로 국민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힌다는 뜻 못지않게, 국민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원활하게 소통하려는 의지를 실은 정치적 메시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진영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지지자들만 의식한 채 전체 국민을 위한 국정운영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불거지는 때도 “이를 조정·해결하려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수수방관해 나라는 깊은 분열과 대결의 늪에 빠져버렸”고 “취임 때 약속과는 정반대로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3년차 이후엔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한 진솔한 소통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잘못한 점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정책 어젠다로서 의미가 상실돼 흐지부지”된 적폐 청산, “국민적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의미가 국민께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코드 인사로 인식되는” 대통령의 인사를 아쉬운 점으로 들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적폐 청산, 부정부패 일소, 사법 개혁 등을 100대 국정과제 앞머리에 둠으로써 선출된 정치권력이 관료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처절하게 실패했다는 점에서 가장 잘못한 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 분야에서 잘한 일로는 ‘안전’ 관리가 꼽힌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임기 동안 대형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은 편”이고 “사업장 안전사고로 인한 노동자 사망이 계속돼 비판이 커졌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의 첫발을 딛게 됐다”고 했다. 이은영 소장도 “팬데믹 상황에서 통합적 재난관리를 잘했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 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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