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그 길고 실망스러울

등록 2021-10-13 17:34 수정 2021-10-14 02:17
공동취재사진

공동취재사진

제20대 대선을 ‘민주화 이후 최악의 대선’이라고 부르는 데 반대할 유권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5개월이나 남았는데도 그렇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두 유력 후보의 ‘비호감도’가 6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맥없이 나가떨어진 진보정치에 기대할 바가 없어서도 아니다.

10월7일 현재 여당 경선의 허들을 넘고 본선 링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권 교체라는 보수 진영의 기대를 끌어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두 후보는 모두 ‘관리될 리스크’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스캔들의 복판에 서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다급해진 추격자가 1위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그러나 여야의 유력 주자가 모두 검증의 진흙탕에 빠져 서로의 얼굴에 묻은 검댕만을 가리키는 진풍경은 일찍이 선거사에 없었다. 게다가 두 스캔들 모두 폭발력이 강력하다. 불과 4년 전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지사가 치적으로 알려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면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이름에 맞춤한 대형 개발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그가 대장동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긴 산하기관 간부는 구속됐다. “1원도 받은 적 없다”는 해명이 있어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의구심이 일렁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야권·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며 총장에게 직보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이 또한 사건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대장동 게이트의 주요 등장인물이 윤 전 총장의 부친 집을 사들인 사실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아 있다.

3·9 대선까진 5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정치의 시공간에선 하룻밤 사이에도 역사가 새로 쓰이지만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게이트, 두 스캔들의 정치적 파장은 쉬 잦아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길고 실망스러울 선거전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두 게이트의 법적·정치적 전망을 짚어봤다. 대선마다 불거지곤 했던 권력형 스캔들에서 유력 주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마침내 권좌에 앉았는지도 돌아봤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1383호 표지이야기

20대 대선, '대장이냐 왕이냐'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029.html

검찰은 대선 유력 후보 친 적 없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034.html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