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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성적 지향은 치료되나?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5-15 15:20 수정 2022-05-17 01:5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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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성회(사진)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2022년 5월13일 오후 자진 사퇴했다.

김 전 비서관은 5월11일 오전 6시32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에 있었던 위안부 문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저의 지나친 표현에 대해 깨끗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사퇴 국면을 이겨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들의 다양한 성적 취향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저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사과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내용은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것이었다. 

그의 페이스북 글에는 이를 비판하는 여러 댓글이 달렸다. ‘지금은 2022년입니다.’ ‘사과하는 와중에도 혐오 발언을 내뱉고 계시네요.’ ‘의도가 악의적이다.’ ‘무례하네요. 성별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도 타고나는 겁니다.’ ‘동성애가 치료 가능하다는 주장이야말로 반지성주의 아닌가.’

다음날인 5월12일엔 ‘독백(부끄러운 고백)’이라는 제목을 달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위안부 화대 발언’을 옹호하듯, “(조선시대) 여성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두려운 것은 안락함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나의 비겁함이다”라고 적었다.

사퇴의 변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5월13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민통합과 발전 번영의 길이라 생각했다”고 했을 뿐, 자신의 망언 때문에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또 “저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지만 차차 저의 진정성과 진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성향 매체 <자유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3년 전 페이스북에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적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밀린 화대’로 표현해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서 활동 중단 조치를 당했다.

참고로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1976년 ‘동성애 전환치료’를 주장했던 미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2013년 “동성애를 치료 대상으로 여긴 무지로 인해 성소수자에게 도움보다는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스스로 해산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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