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을 행진할 수 있게 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 있던 청와대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 있지 않다. 대통령의 일터 앞에서도 옥외집회가 가능해진 이유다.
2022년 5월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대통령 집무실 근처 행진을 막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5월17일 열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무지개행동은 5월14일 용산역 광장부터 이태원 만남의광장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500명이 3㎞를 행진하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용산경찰서는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100m 이내’라는 이유로 행진을 금지했다. 집시법에 나온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 금지 조항’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집시법 제11조에는 대통령 관저, 국회, 대사관 등으로부터 100m 안에서는 옥외집회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이 경찰이 아닌 무지개행동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5월14일 행진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
옥외집회 금지 조항과 관련해서는 ‘집회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두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앞서 여러 차례 나왔다.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외교기관에 대한 집회가 아니라 다른 항의 대상을 향해 집회하다가 우연히 옥외집회 금지 장소 안으로 들어가면 위법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2018년 5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 100m 안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집회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나 특별한 연관성을 가지는 곳에서 벌어져야 의견 표명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백악관같이 낮은 펜스를 설치하고 여기까지(집무실 앞)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임 연설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한 대통령이니 집회의 자유도 부디 지켜주시길.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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