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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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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지방선거 영향? 지방선거의 총선 영향!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대한 영향력 커지는 구조적 원인
복지 중심으로 지자체 예산 확대되면서 매년 7.3% 증가
등록 2022-05-26 15:36 수정 2022-05-27 01:38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3월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계산에 분주하다. 요컨대 2012년 이후 민주당계 정당의 우위가 강화된 수도권·충청·강원 등에서 대선 바람을 타고 국민의힘이 얼마나 세력을 다시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이다. 대통령 취임 6개월 이내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20년 만이기 때문이다.

하나 기묘한 점은 지방선거 결과가 2024년 총선과 이후 정치 구도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도 명확히 말하지 않는 것이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에 미치는 영향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여러 사례를 보면 지방정치는 나름의 엘리트 집단·조직·제도를 갖고 있다. 각 지역의 정치적 역학 구도 변화는 총선이나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방정치의 독자성, 그리고 중앙정치에 대한 지방정치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사회복지가 늘어나고 지방 사무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 구조도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기초의회 의원들이 독자적인 힘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보수 텃밭 종로, 민주당 우세로 재편된 이유

‘정치 1번지’라 부르는 서울 종로구는 원래 보수 텃밭에 가까웠던 곳이다. 토박이가 많고, 고소득자와 중산층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민주당 지지세의 등뼈 구실을 했던 호남 이주민은 서울 동대문역 옆 창신2동에 몰려 살았는데 수도 적고 조직력도 약했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세 번의 총선에서 내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으로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종로구 지역 정치 내부자 중 한 명인 이병기씨의 논문(‘지방자치 주도세력 형성과 변천에 대한 연구: 종로구 지역정치 경험을 중심으로’, 2014년)에 따르면 1998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이주민과 충청 이주민의 선거 연합이 결성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 종로구 민주당원 집단은 조금씩 지역정치에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갔다. 가령 각종 직능단체에 자파 성향의 새로운 인물을 대거 끌어들여, 보수 성향의 전통적 지역 유지에게 대항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이후 3선을 한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다. 그는 건축사 출신으로 종로구 창업지원센터장을 비롯해 바르게살기운동 종로구 회장과 종로구 탁구연합장 등을 역임했다. 지역정치 구도의 자생적 변화가 총선 구도를 바꿔버린 셈이다.

지방의원은 정당이 풀뿌리 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는 핵심 수단이다. 지역위원회·당원협의회는 2004년 이전 지구당과 달리 유급 상근자를 두고 따로 정치자금을 모아서 집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이나 지방의원 지망자들이 만드는 당원 조직이 곧 풀뿌리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총선을 치르는 데 지방의원의 조직과 선거구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는 이준희씨의 석사 논문(‘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어떻게 결합하는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정당조직의 형태를 중심으로’, 2021년)에서 한 민주당 시의원은 “동별 공약은 사실상 시·구의원이 짜오고, 회의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다 같이 모여서 정한다”고 말했다. 지역정치 조직 없이 ‘바람’만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정밀폭격’식 투입 가능한 지자체 예산

재정 집행에서도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정치적 중요성이 드러난다. 박재용 경기도의회 예산분석관이 경기도 소규모 교육환경 개선사업 예산을 분석한 논문(‘지방의원의 정치적 요인이 지역구 예산 배분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경기도교육청 소규모 교육환경 개선사업 예산을 중심으로’, 2019년)에 따르면, 도의회에서 예산결산위원회나 교육위원회 소속이 된 의원의 지역구는 이전보다 17.3~20.4%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았다. 소속 정당이나 의원 선수(選數)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결과는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읍면동 수준까지 세분화된 일종의 ‘정밀폭격’식 재정 투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지자체의 권한과 영향력은 확대일로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역할이 확대됐다. 지방자치제가 성숙하면서 중앙정부에서 이관되는 사무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정치 엘리트의 힘은 강화되는 반면 이를 견제하는 구실을 했던 지자체 행정조직은 하위 파트너로 위상이 추락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한국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은 독일 등 연방제 전통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보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수나 직급도 많다”고 강조했다. 기초지자체장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 구도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지자체 통합재정지출은 2021년 259조4천억원으로 2014년(158조7천억원)에서 연평균 7.3%씩 늘었다. 특히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2008년 17.5%, 2014년 26.1%에서 2021년 32.2%로 뛰었다. 지자체 재정 가운데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고 쓸 수 있는 예산 비율인 재정자주도는 70.8%다.

역할이 늘어난 지자체는 개방형직위·별정직·정원대체계약직 채용을 늘린다. 나아가 출자·출연기관을 비롯해 외곽기구를 설치해왔다. 사회복지·문화·관광 업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출자·출연기관은 2010년 409개 → 2014년 540개 → 2018년 693개 → 2021년 말 832개로 증가일로다. 지자체 산하기관은 지역정치인의 거점 구실을 겸한다.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청장 경선에 도전했던 윤난실씨는 2013년 민형배 당시 구청장 시절 사회적기업 등을 육성하는 공익활동지원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광산구 내 비영리기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 내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 수완지구라 불리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협의회가 광산구청장 경선 당시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지역조직 잡아야 정권 잡는다

충남은 지난 10년간 국민의힘이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던 곳 중 하나다. 지역정치 조직의 쇠락이 근본 원인이다. 충남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 기초의원 당선자 비율은 2006년 43.4%(66명)에서 2018년 37.9%(55명)로 줄었다. 2021년 8월 기준, 당비를 3~6개월 이상 내는 책임·권리당원 수는 국민의힘이 1만2천 명인데 민주당은 4만 명 안팎이었다. 2012년 자유선진당이 사라진 공백 지대를 민주당이 차지한 결과다. 충남 같은 지역의 정치 구도가 뒤집히느냐 아니면 유지되느냐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조선비즈> 기자

*조귀동의 경제유표: 경제유표란 경제를 보면 표심, 민심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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