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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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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향한 춤, 엉거주춤

등록 2022-01-16 06:40 수정 2022-01-17 02:27

엉거주춤한 자세, 스스로도 어색함을 감추기 어려운 듯한 표정, 그를 감싼 붉은 배경. “나부터 바꾸겠다”며 2022년 새해 첫날 큰절을 올리기 직전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그 모습을 포착한 제1396호 표지는 정치인 윤석열의 현재를 잘 설명합니다. 무엇을 위한 정권교체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정권교체라는 정념 하나로 ‘엉거주춤’ 달려온 모습이랄까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평생 두터운 ‘법복’을 입고 살아온 이에게 속살 비치도록 한없이 투명한 정치의 옷은 여전히 버거워 보입니다.

지난호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다루면서 △헌신 없는 조직 △전략 없는 캠페인 △역량 없는 후보를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2021년 12월21일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보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만인 2022년 1월6일 의원들 앞에서 윤 후보와 다시 한번 화해의 포옹을 나누면서 조직 내 갈등이 한시적으로나마 봉합됐지만, 이 미봉책으로 진정한 ‘원팀’이 탄생하리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대심리에 기댄 한계효용은 쉽게 체감합니다. 극적인 해빙의 약발은 두 번 통하지 않습니다. 한 달 안에 두 번이나 결별과 해후를 반복하다뇨.

게다가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7시간 통화 녹취록’의 수위나 파괴력, 진상을 떠나 MBC가 보도조차 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내는 데 이르면 유권자로서도 아직 불신을 거두기 어렵지 않을까요.

여론조사에서도 ‘한번 지켜보자’는 유권자의 심리가 드러납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1월10~12일 전국 유권자 1천 명을 조사(전국지표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7%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8%에 그쳤습니다. 여론조사는 숫자가 아니라 ‘흐름’이라고 합니다.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후보는 4주째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지난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올라 14%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후보 등록일인 2월14일까지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관심을 모으겠지만, ‘컨벤션 효과’(대선 후보나 정당의 지지율이 이벤트 등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낳을지 지리멸렬한 정치게임에 그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두 후보 어느 쪽이든 패배를 감수하고 통 큰 승부수를 띄울 때만 단일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겠지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선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이 가치 논쟁은커녕 이전투구의 장으로 번질 것을 상상하면 벌써 입맛이 쓰기만 합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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