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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파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등록 2022-07-01 01:05 수정 2022-07-01 01:06

2주 연속 ‘길 잃은’ 정의당에 대해 만나고 듣고 썼습니다. 그사이 정의당은 이은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과 김희서 서울 구로구의원,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 정책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이번호를 마감하는 2022년 6월23일엔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당의 위기 상황도 구체적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6만 명에 이르렀던 당원 수는 4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당비를 내는 당권자 수는 1만 명대로 급감했습니다. 이은주 위원장이 ‘첫 혁신 조처’라며 내세운 여의도 당사 이전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2020년 총선 부채 43억원 가운데 36억원이 아직 남았고, 매달 발생하는 적자를 각종 돌려막기 차입으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비대위원들에게서 ‘긴축 운영’ ‘인력 축소’ ‘고통 분담’ 같은 발언이 나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들은 “많은 젊은 활동가, 진보적 연구자들이 민주당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누가 또 이 당을 저버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정당에 선거 패배는 물리적 기반 붕괴로 이어집니다. 2022년 9월 말 선출될 정의당의 새 지도부는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가야 합니다. 이 위원장은 평가위 출범 회의에서 “구색 맞추기 혁신안, 활자로만 남기기 위한 평가는 철저히 지양하겠다. 어떤 비판과 질책도 피하지 않겠다. 지금 마주한 위기와 고통의 시간을 정의당의 성장통으로 삼겠다. 파괴와 건설의 혁신으로 반드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처절하고 비장한 말들입니다. 한석호 비대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정의당은 대체 무엇이고, 정의당이 가는 길은 어디인지, 진보정치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은 왜 정의당을 떠났는지, 정의당 1기가 공들인 여성·청년은 왜 정의당으로 결집하지 않는지,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정의당을 지탱한 지역의 일꾼들은 왜 좌절하는지, 그리고 당원과 지지자는 왜 정의당 국회의원에게 화낼 만큼 실망했는지”에 대해 소속 의원들에게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들의 끝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날지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하기 힘듭니다. 본디 희망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지만(루쉰), 그래서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해야 하지만(그람시), 정의당이 맞닥뜨린 위기는 쉽게 결론이 날 성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진보정치의 길이 또 본디 그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길을 가든, 정의당이 걸을 길이 부디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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