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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 아쉽지만 기초과학엔 단비

[환경·과학기술] 4대강 회복·에너지전환 돋보여… 논쟁·반발 거센 역풍도
등록 2021-03-29 07:30 수정 2021-03-30 01:30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 연장을 결정한 경북 경주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 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 연장을 결정한 경북 경주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 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2016년 겨울을 하얗게 불태운 촛불 광장에서 울려 퍼진 메아리는 “이게 나라냐”였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선 먼저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했다. 2017년 5월 탄생한 ‘촛불 정부’의 어깨는 무거웠다. ‘적폐 청산’의 적폐가 박근혜 하나만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저항과 연대로 타오른 ‘광장의 조증’이 가라앉고 난 뒤 차별과 배제로 가득한 ‘일상의 울증’(사회학자 엄기호)이 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도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었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환경·과학기술 분야 국정과제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

4대강 재자연화 등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육성

청년과학자와 기초연구 지원으로 과학기술 미래역량 확충

환경과 과학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논쟁이 많았던 분야 가운데 하나다. 환경 분야는 정부 초기 ‘4대강 재자연화’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으나 보수 세력의 반발과 정부의 뒷심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과학기술 분야는 기존 산업과 경제 중심에서 기초과학 분야로 예산 투자가 확대되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환경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4대강 자연성 회복과 에너지전환(탈원전)이었다. 4대강 재자연화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2017년 5월22일 4대강 보의 상시 개방과 4대강 사업 감사를 지시해 큰 힘을 얻었다.

2019년 2월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권고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때부터 청와대와 환경부가 4대강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권고안이 정부 결정으로 확정되는 데 1년6개월 이상 걸렸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에서도 보 해체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았는데,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의 진척이 너무 느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세종보 정도라도 해체해야 했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상징적인 조처는 2019년 12월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을 영구 정지한 일이었다. 월성원전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췄으나,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결정으로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한 상태였다.

이 문제를 두고 국회는 2019년 9월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1년 뒤인 2020년 10월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은 판단할 수 없다”는 모호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자 검찰은 11월 원전 폐쇄 결정 과정을 수사했다. 관련 공무원들의 자료 폐기 등 불법행위 수사라고 했으나, 대통령의 정치 행위까지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순진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탈원전이란 선명한 표현을 씀으로써 보수 언론들의 공격을 받게 된 점은 아쉽다. 현재도 원전시설 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예산 2배 확대’를 실행한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최은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창의적 기초연구 지원 정책은 무너질 위기에 있던 수학, 물리학, 화학, 의생명과학 등 기초과학계에 단비와 같았다. 한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과학자들에 대한 편가름과 부정적 태도를 노출하는 미숙함을 보여 과학 정책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을 불렀다”고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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