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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신념은 커버링하고 절망은 부계정에 감추고

관심 난민들이 표류하는 곳, 당신의 일상이 자본이 되는 곳, 과시의 사회과학이 작동하는 곳

제1324호
등록 : 2020-08-02 16:13 수정 : 2020-08-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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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324호 표지이야기-‘좋아요’ 사회

1. 나는 어떻게 인스타로 한밑천 잡을 꿈을 꾸게 되었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1.html)

2. 인스타 피드, 카페는 있고 살고 있는 월세집은 없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2.html)

3. 신념은 커버링하고 절망은 부계정에 감추고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3.html)

4. 우리는 모두 관종, 그것을 이용하는 관심경제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4.html)

등장인물 인스타그램 프로필 화면 *별도 표시가 없는 모든 이름과 아이디는 가명입니다. *게시물, 팔로어(나를 친구 등록한 사람), 팔로잉(내가 친구 등록한 사람)은 2020년 7월24일 기준

■ 신념을 커버링하라
인스타 유저들은 사람의 일부만 좋아한다

“계정을 분리해.”

“근데 그만큼 내가 많이 올리지 않잖아.”

“그냥 밀어… 네 페미니즘 자아는 이 사진으로 충분해. 너무 강력해 이 사진들. 그냥 이 계정은 ‘젤리 키츠’로 바꿔. 그래서 그냥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이런 사진을 찍어서 이런 것을 팔 수 있는….”

“뭔가 키치한 나를 보여주는….”

“이런 멘트를 적으면 되지 않을까. ‘당신의 키치를 캐치해준다.’ 이렇게 해서 네 상품을 사면 스냅(사진)을 할인해준다든지 하는 이벤트도 하고. 저 천재 아닙니까. 너 잘돼야 한다. 그러면 너 마케팅한 나, 어디 마케팅 회사 입사하게.”

“아, 인스타 너무 싫어!” 구미씨는 이젤리씨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어 얻는 법칙’을 전달하는 중이다. 이제 막 인스타그램을 통해 프리랜서 사진작가 활동을 시작한 젤리씨에게 구미씨가 주로 조언한다. 인스타그램 콘셉트가 너무 복잡하지 않도록 만들라는 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마치 기업의 브랜드처럼 한 계정당 하나의 콘셉트로 한정해 연출해야 한다.

신념은 ‘커버링’(covering·주류에 부합하도록 타인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의 대상이 된다. 페미니즘에 대한 구미씨의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하면 팔로어가 금세 10~20명 떨어졌어요.” 한 대기업에서 구미씨에게 외주 계약을 하자고 한 뒤 SNS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가, 페미니즘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끊은 적도 있다. 구미씨는 “페미니즘을 말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기에” 자신의 신념과 일상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부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젤리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제 사진이 좀 극단적인데 가장 유명하고 애착이 가는 ‘Die(t)’ 시리즈가 있어요. 제가 식이장애가 되게 심했어요. 아직도 있는데, 살을 엄청 많이 뺐거든요.” 젤리씨가 직접 작품을 보여줬다. 한 여성이 줄자를 팽팽하게 당겨 목의 둘레를 최대한 얇게 재는 중이지만 결국 목을 조르는 듯한 사진, 옷감처럼 재단선 표시를 한 허벅지 살을 가위로 잘라내기 직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건 찍은 지 좀 됐어요. 초창기에는 한창 화나 있을 때니까.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해서 ‘Die(t)’라고 t에 괄호를 쳤어요. 그러면 ‘Die’(죽다)잖아요. 다이어트로 여자들이 많이 죽잖아요. 이 사진이 제 사진 중 가장 유명해요.”

젤리씨는 SNS 이용자들은 그 사람 전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나뉜 일부 모습만 팔로잉하고, ‘좋아요’를 누른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필승의 법칙’도 이 ‘일부 모습’을 얼마나 잘 눈치채고 연출하느냐에 좌우된다.

인터뷰 이후 계정을 분리했다는 소식을 젤리씨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했다. “결국 (계정을) 완전 분리하기로 결정했고, 지금 계정에는 페미니즘 사진은 다 지우고 페미니즘 사진 계정은 따로 만들 거예요! 그랬더니 팔로어가 빨리 늘더라고요. 만난 이후로 50명 늘었어용.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느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작업물과 상업 개인 작업물이 느낌이 너무 달라서 대중이 같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명함도 따로 만들려고요.”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인스타그램에 절망도 있다
부계정에 꽁꽁 숨겨라

“글 계정. 사진 계정(공식 계정). 5개. 자아 5개. 아, 진짜 자아가 몇 개야. 자아 너무 많아. (인스타) 스토리 자아… 지금 이렇게 내가 감성적이고 나는 날것의 이런 사람이다. 하지만 사각형 안에 다 편집되고….”

젤리씨에게 계정을 분리하라고 조언한 구미씨는 계정 5개를 운영한다. 두 계정은 비공개로, 친한 지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셀카 등 일상생활을 올리는 부계정이다. 이 계정의 팔로어 수와 팔로잉 수는 각각 490명과 231명, 총 게시물 수는 76개(2020년 7월24일 현재)다. 프로필은 본인의 어릴 적 필름 스냅사진이다. 구미씨는 이 계정도 자신의 예술 작업을 알리는 계정으로 콘셉트를 바꿀 예정이다. 처음에는 일상을 일과 분리하려고 만든 계정이지만, 이제 이 일상 역시 ‘홍보용’ 수준이 됐다. 또 다른 비공개 계정에는 자신의 페미니즘 신념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엔(n)번방’ 등 이슈가 있으면 기사를 갈무리하여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게시글을 올리는 식이다.

젤리씨는 힘든 감정을 털어놓는 부계정이 따로 있다. “가난과 우울도 잘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미씨도 동의하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쟤는) 그렇게 돈이 없진 않지만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구나, 도와줘야지. 나는 지금 이 아티스트에게 투자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해요. ‘힘내고 이겨내고 일상을 잘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여야지, ‘진짜 (이 사람) 죽겠는데, 아 이거 신고해야겠는데’면 끝나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에도 절망은 있다. ‘우울, 분노, 자해’ 키워드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해도 몇십만 건이다. 다만 부계정으로 분리될 뿐이다.

부계정의 또 다른 역할은 ‘염탐’이다. 궁금하지만 ‘맞팔’을 할 정도로 친밀하지 않은 사람, 특히 ‘전 애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할 때 보는 용도로 쓰인다. 계정명과 아이디 등에서 자신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만들어, 실수로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스토리에 ‘읽음’ 표시를 남겨도 본인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

강보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부계정 문화’를 이렇게 해석한다. “예전에 없던 게 갑자기 생겨났다기보다는 제한된 방식으로 존재하거나 은폐해야 했던 자아의 다양한 풍경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을 드러내도 괜찮은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2020 트렌드인 ‘멀티 페르소나’ 현상도 부계정 문화와 가깝다. 방송인 김신영씨는 트로트 가수 ‘김다비’로, 래퍼 매드클라운은 분홍색 복면을 착용한 ‘마미손’으로, 방송인 유재석씨는 ‘유산슬’이라는 신인 가수로 활동해 인기를 얻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닷페이스(dotface)는 인스타그램 공간에서 ‘#온라인_퀴어퍼레이드’를 주최해, 일반인이 가상 캐릭터를 선택해 활보하도록 했다.

실제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여러 면을 분류하듯 부계정을 활용한다. 젤리씨는 트위터에서 헤어 액세서리, 인테리어, 아이돌 등 취향에 따라 계정을 나눠 정보를 얻고 비슷한 취향을 지닌 이용자들과 교류한다. 박씨는 부계정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회생활 같은 거랄까. 사람들 다 어느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자아로 행동하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4개 계정을 운영 중인 보에씨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염탐하는 계정, 빈티지 옷가게를 구경하는 계정, 공계(공식 계정)가 뒤섞이기 싫어서 계정을 분리했다”고 설명한다. 갓영업씨는 본계정과 부계정의 게시물이 모두 같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내가 (팔로해서) 구독하는 사람이 달라요. 본계정에선 다른 업체들 게시물도 봐야 하는데 그게 피곤해서요.”

■메신저는 쓰레기통, 라이브는 날것
카카오톡, 틱톡, 유튜브, 페이스북의 차이

“카카오톡 메신저는 잘 하지 않아요. 메신저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일대일로 말하는 구도인데, 심하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이 될 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피곤하더라고요. 반면 SNS에선 꼭 답변을 주지 않아도 되니 의견 표시가 훨씬 편안하죠.”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터뷰이의 말이다.

구미씨는 유튜브 계정은 만들었지만 이용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실시간으로 행동 하나하나가 날것으로 스트리밍돼서” 부담스럽다. 나중에 혹시 유튜브를 하더라도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 되지 않는 수준이기를 바란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게 전부 드러내고 싶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라이브방송’ 기능을 사용하면 주목도가 높아지지만, 편집 없이 일상이 드러나서 ‘코어 팬층’이 두터워진 뒤에야 활용할 예정이다. 15초가량의 영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플랫폼 ‘틱톡’도 같은 이유로 하지 않는다. 구미씨뿐 아니라 다른 인터뷰이 역시 라이브방송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구미씨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다.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을 본계정은 2~3일에 한 번, 부계정은 하루에 2~3개씩 업로드한다. “페이스북은 실제 아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여서 나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매체다. 트위터는 취향에 맞는 거라면 스스럼없이 지갑을 여는 ‘덕후’가 많지만, 의견 표출에 위험이 커서 게시물을 잘 올리지 않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A to Z>의 저자이자 SNS 마케팅 업체 (주)셀럽커머스의 황봄님 이사는 인스타그램을 ‘여성 집약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인스타그램은 유일하게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6:4인 곳이다. 다른 곳에선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3:7이다. 제조사·공장 등에선 생산은 대부분 남성이 맡고, 여성은 소비의 주체, 쇼핑하는 주체다. 의식주의 선택권, 자동차나 집의 구매를 실질적으로 여성이 결정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 오픈마켓(옥션·쿠팡)에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남성이 다수다. 이들은 아주 빠르게 스펙(조건 등)을 비교해서 구매한다. 누가 파는지에 관심이 없고, 내일 바로 배송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판매자·구매자 모두 여성이고, 스펙보다는 감성이 (구매 결정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아보씨는 페이스북을 인스타그램만큼이나 자주 들어간다. 하지만 교수나 전문가 위주로 팔로해두고 정치·경제 관련 의견을 들을 뿐이다. 보에씨, 조체크씨도 페이스북을 비슷한 용도로 쓰며 ‘눈팅’만 한다.

아보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인스타그램과 달리 게시물이 거의 없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그렇게 신경 안 써요. 회사 사람도 있고 친척도 있으니까.” 인스타그램이 자랑 용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솔직히 원래 알던 사람들 앞에선 이렇게 자랑하면 욕먹는다”고 했다.

도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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