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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는 모두 관종, 그것을 이용하는 관심경제

관심 난민들이 표류하는 곳, 당신의 일상이 자본이 되는 곳, 과시의 사회과학이 작동하는 곳

제1324호
등록 : 2020-08-02 16:25 수정 : 2020-08-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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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324호 표지이야기-‘좋아요’ 사회

1. 나는 어떻게 인스타로 한밑천 잡을 꿈을 꾸게 되었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1.html)

2. 인스타 피드, 카페는 있고 살고 있는 월세집은 없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2.html)

3. 신념은 커버링하고 절망은 부계정에 감추고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3.html)

4. 우리는 모두 관종, 그것을 이용하는 관심경제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054.html)

등장인물 인스타그램 프로필 화면 *별도 표시가 없는 모든 이름과 아이디는 가명입니다. *게시물, 팔로어(나를 친구 등록한 사람), 팔로잉(내가 친구 등록한 사람)은 2020년 7월24일 기준

■우리는 모두 관종
관심경제의 발전

“오늘날 관심은 곧 이익이다. 관심을 주고받는 것은 노동이 되었다. 관심이 가치다.”(김곡, <관종의 시대> 중)

아보씨 말처럼 인터뷰이들은 인스타그램을 ‘자랑용’으로 활용하고 그런 자신을 ‘관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 사람’이라면 모두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잠재적 관종”(체크씨)이다. 모두 관심이 필요하고 관심을 원한다는 뜻이다. 윤우씨도 그 말에 동의했다. “관종을 좀 예뻐라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아요. (관종이) 보통 상대방을 폄하하는 의미로 쓰일 때가 많은데, 저는 관심을 얻는 과정이 범법의 여지가 있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게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괜찮은 것 같아요.”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을 “오프라인에서 개개인이 속해 있던 소속을 사상시키는 공간”이라고 말했다(2013년 학술지 <지식의 지평> 14호). 개인의 정체성이 온라인에서 완전히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이 소속된 1·2차 집단과 3차 집단 등 커뮤니티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중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관심’이 부유하고, 현실과는 다른 ‘관종’이 탄생한다.

인스타그램 ‘자아 전시’를 과대포장, 거짓말, 허세, 나르시시즘만으로 일축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렇게 해야만 ‘관심 자본’을 유지,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씨, 젤리씨, 갓영업씨처럼 인스타그램이 생계로 직결되는 처지라면 ‘자아 전시’는 필수가 된다. SNS 마케팅 업체 (주)뉴미디어캠퍼스 남궁은 팀장의 말이다. “그런 관심을 끌 수 있는 능력이나 끌려는 성향이 요즘 시대에는 나름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MCN(Multi Channel Networks·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업체 DMIL 서지수 본부장은 ‘관심 경제’가 이미 우리에게 밀접하고 굳건하게 자리잡았다고 했다.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한 것은 역시나 1인 미디어 시장이지 않을까 싶다. 그 관심이 모아져서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그들을 도와주고 협력하는 MCN이라는 사업체도 생겨났다. 현재 시장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1조원이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는 것’에 목적이 있지만, 보통의 관종적 의지는 대체로 ‘순수’하다.

■놀면서 일한다
디지털 창의 노동

허리가 아프지만 ‘항공샷’이 잘 나오는 테이블을 즐겨 찾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도 참아가며 사진부터 여러 장 찍는다. 다른 이들의 이미지를 학습하며 구도와 연출을 고민한다. 해시태그를 달고, 다른 팔로어들에게 ‘좋아요 품앗이’를 한다. 이 모든 일은 시간과 수고를 들인다는 점에서 ‘노동’이다.

이준형 연구원은 이렇게 디지털상 ‘놀이’가 노동 형태로 포섭되는 게 이전부터 있었던 ‘놀동(놀이+노동·playbor) 현상’의 다른 양상이라고 해설한다. 예를 들어 게임하는 사람들이 제작사에 고용돼 있지는 않지만, 개발사가 잡아내지 못하는 오류 등을 게시판에 지적하고 게임 제작사가 게임의 개선과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작사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불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형 연구원은 디지털 이용자들이 ‘놀동 현상’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알면서도 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지와 욕망에 의해 수행되지만 그것의 대가가 ‘부재’하고 노동력이 착취되는 ‘프리’(free)의 이중적 의미에서 보면, 인터넷 이용 행위는 무불 노동이다. 무불 노동은 자발적으로 부과되면서 보수를 받지 않고, 즐기면서 포섭되는 양면성을 띤다. (…) 따라서 그것은 유혹적이면서 착취적이다.”(김예란, 논문 ‘디지털 창의 노동’, 2015)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이 빅데이터로 활용하며 계속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또 해시태그로 상품의 브랜드나 방문한 매장의 장소를 언급하는 건 직접적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 의도치 않게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가 ‘정보 납품자’ 혹은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한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도 활발하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이 자본이득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목도한다.

■일상 둘, 광고 하나
잉여가치를 생성하는 원천 ‘디지털 일상’

김세희 단편 <가만한 나날>은 국어국문학과 출신 주인공 ‘경진’이 블로그 마케팅 스타트업에 입사해 고전소설 주인공 ‘채털리 부인’을 오마주해 가상의 블로거를 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블로그 운영으로 직장 내에서 인정받는데, 실적을 좌우한 주요 요인은 채털리 부인의 ‘핍진성’(텍스트가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납득시킴)이었다. 주인공은 그의 사촌언니가 보내주는 조카나 강아지 사진, 심지어 사진을 보내며 한 말 등을 그대로 베껴 포스팅한다. 실제 일상을 가장한 탓에 중간중간 업로드하는 광고 포스팅을 다른 블로거들에게 은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털리 부인과 달리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자기 일상을 크롭(잘라내기)하지만 거짓말하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와서는 일상 자체가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일상 자체가 잉여가치를 생성하는 원천이다.

갓영업씨는 아무리 ‘영업 계정’이라도 사적인 일상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스타그램에) 일 얘기가 많으면 팔로를 끊더라고요. 팔로를 유지하려면 일상생활을 올려야 해요.” 그가 강조하는 일상은 ‘플렉스’다. 한낮의 한강 둔치 테라스에서 각종 고기와 술을 먹는 사진, 부하 직원에게 돌린 와인과 홍삼 명절 선물 세트 등이다. “남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삶을 살지만, 저는 원하면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고 낮 12시에 퇴근할 수 있다는, 이런 거(를 보여주죠). ‘아, 오늘은 제가 한강에 와서 오후 2시인데 낮술과 고기를 먹었어요’, 이런 겁니다. 그 안에 내포된 게 뭔지 아시겠죠? ‘월요일 오후 2시에 술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에도 의미가 담기죠. 쓰레기통을 사더라도 비싼 쓰레기통이 좋죠. ‘어, 나 쓰레기통을 샀어. 이거 좋은 게 뭐고 단점이 뭐고’ 이런 것을 올리죠.” 인스타그램 이미지에서 보이는 건 그냥 쓰레기통을 샀다는 사실일지 몰라도, 이 게시물에 달린 태그를 검색한 사람들이 ‘이게 이렇게 비싼 거였어’라고 놀라게 된다는 말이다.

보에씨가 반려묘 계정을 따로 만든 것도 일상에 대한 팔로어들의 암묵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만 너무 올리면 생각보다 ‘언팔’(팔로 취소)이 많더라고요. 예쁜 감성, 예쁜 셀카, 예쁜 옷 같은 걸 올려줘야 (해요). (안 그러면) ‘얘는 뭐야, 일상은 안 올리고 고양이만 올리네’ 할 거라서.”

아보·카도씨 부부가 ‘워킹샷’을 찍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카도씨는 “자연스러움. (남이 훔쳐서 보는 듯한) 파파라치 컷을 올리는 이유도 일상 속 자연스러움이 강조되거든요. 최대한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아요.”

황봄님 이사가 오랫동안 마케팅 업계에 몸담으며 얻은 결론 역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케팅 흐름이 톱다운(Top to Down·하향식)에서 다운톱(Down to Top·상향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나이키에서 광고로 ‘신발 사세요’ 하는 방식이었다. ‘스프레이-프레이’(spray-pray)라고, (광고) 노출 뒤 (좋은 결과를) 기도한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몇십억원 들이는 광고 기획보다 몇십만 명의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훨씬 중요해졌다.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다.”

인스타그램 마케팅 성공의 관건으로 ‘사람 냄새’를 꼽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취향은 다양하더라도 중요한 건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는 거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초기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할 때) 일부러 DSLR 같은 고해상도 사진기를 안 썼다고 한다. 로(raw·날것)하게 (연출)하려고.” 최근에는 라이브가 강조되면서 일상이 더욱 강조된다. “(라이브방송은) 사람들에게 더 솔직한 일상을 보여주고 긴밀히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황봄님 이사는 설명했다. 마케팅 성공의 비율은 이렇다. “일상물이 광고보다 두 배 되도록 할 것.”

‘사람 냄새’란 다른 말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강보라 연구원은 ‘<일간 이슬아>의 진정성’(<한편 2호-인플루언서>)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와 팔로어 사이에 ‘새로운 진정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가만한 나날>의 주인공 ‘경진’이 마케팅용으로 가상의 블로거를 창조했을 때 공들인 점도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강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종류의 ‘일상’을 갈구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새로운 진정성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진정성이 ‘가짜’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진정성을 형성하는 데 거리가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배우로서 내가 계속 슬픈 생각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관객에게 슬픔이 전달될 수 있을까?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 그 인물이 슬픔을 느끼는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거리가 관객에게 주어질 때 비로소 배우 혼자 슬픈 것이 아니라, 관객 또한 함께 슬픔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진정성의 기술’을 구사하는 이들은 스스로 처한 상황과 자신을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성찰에 능숙한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우리는 바다 위 떠다니는 플랑크톤”
‘엔(N)포 세대’의 SNS

“우리는 바다 위 떠다니는 플랑크톤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떠다니다가, 떨어지는 이미지에 즉각 반응할 뿐이라 생각해요.”(구미씨)

다른 한편에 인스타그램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한 명은 기자로 주요한 관계망이 페이스북이나 오프라인에 있었고, 또 다른 세 명은 약학대학에 다닌다. 나머지 한 명은 의사다(인터뷰 요청 자체를 거절당했다). 모두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주된 관계망이 ‘기존 제도권(오프라인)’에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 차이를 보니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인터뷰이들의 현실 관계망에 눈길이 갔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이들은 전통적 오프라인 관계망 조직에 크고 작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고유씨는 대학 수업의 낮은 질에 실망해 자퇴했다. 하지만 구직 면접에서 “왜 (대학교를) 졸업 안 하냐”는 말을 듣는 등 ‘학력 차별’의 벽을 마주하며 현실을 알아갔다. 이런 고유씨에게 인스타그램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 전시 등의 문화 취향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그의 ‘유일한 소통 공간’이기도 하다. 고유씨가 평소 자주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 무기력’이다. 스스로를 “겉보기엔 멀쩡한데 속은 썩어가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서울에 와서 3년간 방 3개인 셰어하우스에 거주했지만, 다른 방 사람들과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 “기존에 알던 친구들과도 (인스타그램) SNS 아니면 소식을 아예 알 수 없어요.” 인스타그램은 자주 만날 수 없는 친구나 다른 이용자와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유씨는 새로운 친구도 인스타그램에서 만난다. 초기에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대화가 잘 통하는 여성과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했다.

고유씨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 과시하는 마음도 좀 있지만, 인스타그램 플랫폼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인터뷰이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바로 이 ‘연결’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꽤 많은 월급을 받지만 광고성 기사를 주로 써야 하는 아보씨. 그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 잦은 회식 등 직장문화에도 잘 적응하지 못해 항상 퇴사를 고민한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카도씨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한 1만 명만 되면 사업하자”고 종종 말한다. 팔로어 1만 명만 되면 협찬이 들어오거나 사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인스타그램은 그에게 잠재적 경제 수단이다.

보에씨는 문예창작과 학부 졸업을 앞뒀지만, 기업 이력서에 쓸 만한 스펙을 남들보다 덜 쌓았다. 그보다는 ‘마르크스 스터디, 페미니즘 스터디, 여성주의 교지 활동, 총여학생회 활동, 문단 내 성폭력 단체 활동’ 등 “당장 하고 싶은 것”들만 채워왔다. 그에게 이상적인 미래는 ‘프리랜서 노동자’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기 싫다”는 그는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원고를 쓰며 부모에게 손 안 벌릴 정도로만 벌며 살고 싶다”고 했다.

구미씨 역시 회사에서 일할 때 결정권자 대부분이 ‘낮은 인권 감수성’을 지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래서 다시 회사에 돌아가지 않고 프리랜서 노동을 지속하길 바란다. 체크씨가 인스타그램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제도권에서보다 더 많이 유명해져 돈을 벌 수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대안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환하게 쌓여도 걸림돌은 여전히 있었다. 고유씨는 자퇴한 대학에 재입학했다. 체크씨는 인스타그램 ‘무불 노동’을 포기했다. “(인스타그램 창작 활동에) 들어가는 돈과 노동에 비해 실익이 떨어졌어요. 너무 많이 노력해야 해서 (인스타그램 노동에) 삶이 갇혀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크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미미한 밑천들
우리를 망치러 온 구원자

인스타그램에서 “한밑천 잡아 헬조선 땅 뜬다”는 내 야망은 실패했다. 무조건적인 가능성의 공간으로 보고 접근했지만, 아주 작은 수익 외에 과도한 창작 노동, 자기 소외, 중독에 시달렸다. 다른 인스타그램 이용자도 제각각 입장과 위치는 달라도, ‘헬조선’ 안에서 관계든 자본이든 취미든 새로운 ‘밑천’을 모색하려는 또 하나의 현실로서 인스타그램 이용을 고민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이보다 잘 드러나지 않는 건 인스타그램 자본이 우리의 욕망과 고군분투를 밑천 삼고 있다는 점이었다. 잠깐 들여다본 ‘인스타그램 저택 지하실’에는 우리의 ‘미미한 밑천’이 전시돼 있었다.

김애라 여성학 박사는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디지털 페미니즘>)에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대해 “창의성이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은 오히려 성별, 나이, 학력 등 제한 요소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더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면서 “당연히 누가 어떤 콘텐츠를 ‘크리에이트’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그 사람의 성별, 학력, 연령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엔(N)포 세대’라는 말처럼, ‘연애-취직-결혼-출산’이라는 전통 생애주기 서사를 더는 따를 수 없어 자기 삶을 연속적인 서사로 써내려가는 삶이 어려워진 시대, 그래서 각자 자신의 저자가 되기를 요구받는 시대에 청년들이 새롭게 붙잡은 것이 ‘인스타그램 이미지 제작’일지 모른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결국 헬조선의 일부다. 이제 ‘한밑천 잡아 헬조선 땅 뜬다’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 왜 숙희는 도둑질하며 살아야 했을까? 왜 ‘아가씨’가 아니라 하녀였을까? 우리 사회는 왜 지옥이 됐을까? 나는 여전히 인스타그램 ‘좋아요’가 짜릿하다. 하지만 건물주나 ‘금수저’가 아닐 때, 관심을 얻기 위해 ‘노오오력’하도록 만드는 상황에는 의문이 생겼다. 관심은 나르시시즘을 위한 본능이라기보다, 삶에 필수적인 권리가 아닐까? 미국 정치인 아들라이 스티븐슨은 “인기가 없어도 안전한 사회가 자유로운 사회다”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일을 ‘국민청원’ 동의로 관심을 끌어야만 그나마 해결의 기미를 보이는 일도 무언가 잘못됐다. 이제 내가 더 주고받고 싶은 건 ‘시민적 관심’(옥희살롱 전희경 공동대표)일 듯하다. 각자의 한밑천은 미미할지라도 서로 연결된다면 다르지 않을까? 나는 누구에게 어떤 관심을 보였고, 앞으로 주고 싶은가? 이 글쓰기를 통과하며 품게 된 밑천이다.

도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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