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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보여주고 싶지 않은 방

등록 2020-09-12 01:32 수정 2020-09-13 01:39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의 연장과 함께 9월이 시작됐다. 계절의 변화는 몸이 기억하는지라 여름과 가을이 하이파이브하며 교체된다는 것쯤은 아는데, 감각할 수 없이 집 안에 있어야 하는 답답한 날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집에 몸이 묶인 상황, 시민들의 재치와 기지가 코끝 시원한 바람을 자극하는 일도 있다. 세계 곳곳 창밖 풍경을 공유하는 사이트 윈도스와프(WindowSwap)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6시간 가까이 세계 거리를 걷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노마딕앰비언스(Nomadic Ambeience)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방콕, 이스탄불, 뉴욕 등 시청각에 의존하지만 주위를 환기할 정도로는 충분하다.

이 와중에 정부는 참 야속하다. 사람들의 갈증과 갈망을 모르는 것일까. 국토교통부는 ‘2020 전국민 내방자랑대회’를 연다. 8월31일부터 9월11일까지 200자 사연과 사진을 함께 제출하면 상품을 준다고 한다. ‘나만 보기 아쉬운 내 방’을 자랑해달라고.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할까, 능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 집을 자랑해달라고 하기 전에, 집이 없거나 집다운 곳에 살지 못하는 시민들을 찾아가는 것이 우선 아닐까. 5월 국민 100%에게 지급한다던 긴급재난지원금에서 홈리스(노숙인)는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여전히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100만 가구가 넘는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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