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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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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데이트] 거리두기 시기, 우리는 얼마나 돌아다녔나?

구글 국가별 국민 이동 거리 분석한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 공개…
봉쇄 강도는 낮지만, 국민은 평균 이상 이동 자제
등록 2020-09-17 05:56 수정 2020-09-18 06:50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23일 오후 서울역에 정차되어 있는 열차에 승객들이 앉아 있다. 2020.8.23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23일 오후 서울역에 정차되어 있는 열차에 승객들이 앉아 있다. 2020.8.23 연합뉴스

2020년 8월14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3명으로 늘어나 2차 확산이 본격화한 뒤, 지금까지 100명 넘는 확진자 증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8월27일 441명에 이르던 확진자가 이후 지속해서 줄어들어, 조심스레 2차 확산이 진정돼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월16일부터 전국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고, 수도권에 대해서는 8월30일부터 강화된 2단계 조처(이른바 2.5단계)를 해, 국민 생활의 불편함과 경제적 충격에 대한 걱정이 다른 한편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2월 중순~3월 초순, 집에 머무는 시간 가장 높아

구글은 코로나19 팬데믹 전 기간에 대해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이용해, 전세계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이동 정보를 집대성한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그림1]은 필자가 이 데이터를 이용해 (A)주거지 (B)식당·카페·쇼핑센터·영화관 등 소매점·여가시설 (C)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정거장에 머무는 시간이 정상값에 비해 얼마나 변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상값은 팬데믹이 일어나기 이전인 2020년 1월3일~2월6일 5주간 해당 요일 다섯 개의 값에서 가운데 있는 것인데 100으로 표시했습니다. 한국·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이동 정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검은색 선), 최대~최소 구간(회색 띠)과 같이 표시해뒀습니다(OECD 회원국은 총 27개국인데 아이슬란드는 자료가 없어 제외했습니다).

[그림1] OECD 국가별 국민 이동 정도 (2020년 2월15일~9월1일) 자료: Google Mobility Report, 단위: 정상값(100)과의 차이 %, 7일 이동평균

[그림1] OECD 국가별 국민 이동 정도 (2020년 2월15일~9월1일) 자료: Google Mobility Report, 단위: 정상값(100)과의 차이 %, 7일 이동평균

OECD 평균을 보면, 전세계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진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대중교통 이용과 소매점·여가시설 방문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7월 이후로는 정상값에서 약간 이탈한 수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프랑스(초록색)와 미국(살구색) 등 유럽과 북미 대부분의 국가가 이런 형태를 보입니다.

한국(주황색)은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지던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까지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고, 소매점·여가시설 방문과 대중교통 이용은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4~6월 두 달 동안은 반대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정상값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시기는 전세계가 K-방역 성공에 주목하던 때입니다. 그러다 8월 중순 이후 2차 확산이 일어나면서 한국은 빠르게 외출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우리 국민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맞춰 빠르게 이동을 줄였다 늘였다 하면서도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가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봉쇄 정책 때문일까요? 흥미롭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정책 대응을 추적하는데, 그중 하나가 ‘봉쇄 정책 강도’입니다. △학교·직장·대중교통 봉쇄 정도 △공공 행사 취소, 모임 규모 제한 △자가격리 기준 △국내외 여행 제한 △공중보건 캠페인 등 총 9가지 봉쇄와 관련한 정책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0부터 100까지 값은 봉쇄 정책 강도가 셀수록 높아집니다. 9월1일 현재 한국은 일본과 북유럽의 몇 나라를 제외하면 여전히 봉쇄 강도가 낮은 편에 속합니다.([그림2])

[그림2] 국가별 코로나 봉쇄 정책 강도 (2020년 9월1일 현재) 자료: Oxford 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

[그림2] 국가별 코로나 봉쇄 정책 강도 (2020년 9월1일 현재) 자료: Oxford COVID-19 Government Response Tracker


봉쇄 강도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이동 자제

두 그림을 종합하면 한국은 8월 중순 이후 정부가 봉쇄 정책 강도를 높였으나,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강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국민은 정책에 대한 수동적 반응 이상으로 거리 두기에 임해 OECD 회원국 평균 이상으로 이동을 자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방역에서 의료진과 정부가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고의 주역은 우리 국민 모두고, 이는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신현호 경제분석가·<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저자

*‘데이터와 데이트하는 남자’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수고하신 필자분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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