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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문제? 모두 서울 이야기

[서울 버리기] 코로나19 시대 전체 인구 절반 넘게 사는 수도권의 아이러니
등록 2020-12-27 05:42 수정 2020-12-28 23:43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부과 첫날인 2020년 11월13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부과 첫날인 2020년 11월13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tvN 인기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가 주려는 교훈이다. 집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비우면서 내 욕망도 비울 수 있다니, 당장 정리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욕망을 버리려고 물건까지 버려야 할까. 2021년 진짜 신박한 정리를 제안한다. ‘마인드 미니멀리즘’이다. 나를 파괴하는 욕망, 욕구, 습관, 집착 따위는 2020년에 묻어두자. 기자들도 소소한 실천을 해봤다. 육식, 플라스틱 빨대, 하루 한 잔의 술, 게임 현질(아이템을 돈 주고 사는 것), 배달음식을 버렸다. 정말로 버리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버리는 것은 끝없는 투쟁이라는 사실. _편집자주

2020년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한 해로 기록된다. 한국 사회에 이 정도 강도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금기시된 건 처음이다. 앞서 다녀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2003년)·신종플루(2009년)·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2015년)도 코로나19의 위력엔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너무나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회였음이 드러났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12월23일부터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전면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상대적 밀집도 역대 최고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인구의 상대적 밀집도가 역대 최고에 이르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통계청은 6월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서 2020년 수도권 인구(2596만 명)가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넘어선다고 선언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 3개 광역시도에 사는 사람 수가, 88.2%를 차지하는 나머지 14개 광역시도에 사는 사람 수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에서 지역 숙주가 돼버린 수도권에선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계속 이어진다.

2020년을 기점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한국 사회의 모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수도권 인구가 계속 늘어 2032년 2650만 명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에 가장 많은 인구를 공급하는 호남권 인구는 이미 1972년부터, 영남권은 2000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사람들은 왜 수도권으로 계속 모일까? 비수도권에 살다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직업-교육-주택 순으로 꼽는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과 학교, 직장 모두 수도권에 둬야 자신과 가족이 뒤처지지 않거나 불안을 덜 수 있는 세상이다. 극심한 인구 분포 편향은 여론 왜곡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직원들은 수도권에 사는 언론들이 마치 온 나라의 문제인 양 호들갑을 떠는 아파트값 폭등과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알고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국한된 재앙일 뿐이다.

과밀 해소에 ‘노오력’ 집중되는 한 해 되길

많은 전문가의 지적처럼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지 않고는 비수도권 지방의 소멸, 수도권 주택·교육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2021년을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한 전 사회적 ‘노오력’이 집중되는 한 해로 삼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 사람들이 수도권을 버리고 비수도권으로 떠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교육 여건이 갖춰진 지방의 ‘압축도시’(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제안) 육성에 나서보자. 국회는 세종시로 해당 부처가 이미 이사한 10개 상임위원회뿐만 아니라 나머지 상임위까지 이른 시일 안에 옮길 것을 결의하자. 청와대 이전도 여론 눈치 살피며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더불어민주당)고 뺄 문제가 아니다. 사탕을 가득 거머쥔 통 안의 주먹을 펴지 않고선 손을 뺄 수 없는 법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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