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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다시 쓰자, 소중히 하자 ①

등록 2020-12-27 07:20 수정 2020-12-30 01:41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새해가 와버렸다. 더 강해진 코로나19와 함께. 2021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짐하자니 막막하고 다짐을 안 하자니 불안하다. 2021년에 크게 기대하는 건 없지만 2020년처럼 살고 싶진 않다.
새해맞이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소로 행동하고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2021년 가성비 실천’을 제안한다. 2021년에 같이 갈 것은 무엇인가. 컵과 그릇 재사용, 전자제품 사후관리(AS)는 기본이다. 무기력한 자아와 몸도 조금만 고치면 꽤 쓸 만하다.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실천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픈 가족과 아픈 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2021년 ‘뉴트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는 시시해 보여도 만만하진 않다. 나와 가족, 일상과 미래, 공간과 환경을 바꾸는 첫 단추다. 일단 사흘만 넘겨보자. _편집자주
책 / 보유와 비움 그 어디쯤

사람들 대다수는 책을 본다. 직업이나 업무상 필요, 지식 충족, 여가 생활, 시험 준비 등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나도 책이 좀 있다. 어림잡아 1200권 정도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인문·사회·자연과학 교양서이고, 오래된 시집들도 보인다. 애틋한 사연과 추억이 새겨진 책들도 있다. 작은 ‘책탐’을 부리는 건 개인적 관심사에 더해, 기사나 칼럼을 쓸 때 활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애서가의 장서와는 견줄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지만, 집(30평대)에 책이 쌓이다보니 공간 부족이 문제다. 거실 벽과 주방 분리 벽 등 2개 면을 차지한 책장에는 책을 꽂을 틈이 더는 없다. 공간 효율을 생각해 산 조립식 6단 회전 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고심 끝에 ‘큰맘 먹고’ 버리거나 선물하거나 독립서점에 기증한 책도 여러 상자다.

그렇게 버려도 새 책은 또 생긴다.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라던 ‘자기최면’이 금세 ‘후회’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한참이나 들춰보지 않은 책을 마냥 가지고 있을 수도, 무턱대고 버릴 수도 없다. 모든 책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지만 아껴둔 책들도 저마다 그 이유가 있다. 책은 ‘다다익선’이라야 ‘다독익선’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보유와 비움(혹은 나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아슬아슬한 표면장력처럼 안고 가는 것, 그게 책인 것 같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늦잠 / 오후와 저녁이 있잖아

열 살쯤 됐을 때다. 어느 아침, 일어났더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일하는 엄마와 아빠는 출근한 뒤였고 함께 살던 할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언니와 동생은 학교에 가버리고 나 홀로 남겨진 채였다. 내가 자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는지 아니면 늦잠 버릇을 고치겠다고 온 가족이 작당한 것인지 지금도 모를 일이다. 홀로 깨어나 집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외로움, 두려움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잠은 오랜 친구다. 힘든 일이 생기면 잠을 청한다. 한낮이라도 블라인드를 쳐놓고 두서너 시간을 정신없이 잔다. 깨어나면 대부분 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일할 때도 잠은 필수다. 취재가 끝난 뒤에 기사를 곧바로 쓰지 않는다. 마감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한두 시간은 잠을 잔다. 잠자는 동안 취재한 내용이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기사 꼴을 갖추면 일어나 그것을 글로 옮긴다.

하지만 오랜 친구를 떼어내려고 부단히 애써왔다. 잠을 많이 자는 것, 특히 늦잠을 자는 게 늘 창피했다. 게으른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는 게 싫었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꽤 발버둥을 쳤지만 남은 건 열패감뿐이었다. 2021년 나는, 늦잠과 함께하기로 했다. 앞으로 오전 9시 넘어 눈을 떴다고 죄책감에 휩싸여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늦잠과 함께하는 대신 집중력이 높아지는 오후·저녁 시간을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오랜 친구를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몸 / 햇볕 아래 달리기

‘집콕’과 재택근무를 반복한 2020년, 몸의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했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거나 ‘홈트’ 영상을 30분씩 따라 하기도 했지만, 하루 1만 보도 채워지지 않는 날이 많았다. 안 되겠다 싶어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연초엔 등록한 지 하루 만에, 12월엔 등록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로 폐쇄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어쩐지 2020년엔 몸 이곳저곳이 삐거덕댔다. 상반기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가시질 않아 한참을 고생했는데, 하반기엔 뭘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명치가 찌릿하게 아팠다. 병원에 가니 신경성 위염이란다.

새해엔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일에 시간을 따로 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햇볕을 자주 쬐고 기초 체력을 만들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 올라오는 성취감도 그리웠다. 헬스, 복싱, 수영, 요가 등 여러 운동을 배웠지만 꾸준히 이어온 운동은 없다. 삶에 ‘짝이 되는 동무’, 즉 반려운동 하나쯤은 안고 가고 싶었다. 고민 끝에 ‘달리기’를 반려운동으로 점찍었다. 환기 걱정 없는 실외에서 별다른 장비 없이 시작이 가능하단 이유가 컸다. 기록에 강박은 갖지 않되 약간의 동기부여를 위해 달리기 코스를 안내한 책 <서울을 달리는 100가지 방법>을 샀다. 마스크를 끼고 달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일단 걸음을 떼보기로 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042 [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다시 쓰자, 소중히 하자 ②로 이어집니다. (12월30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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