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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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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 심화, 인구·생산 절반 넘었다

[균형발전·분권] ‘지방 권한 확대’ 긍정적… 균형발전은 되레 악화
등록 2021-03-29 07:39 수정 2021-04-01 01:38
2019년 12월 전남 나주시에 있는 빛가람 호수공원 전망대(오른쪽 아래) 건너편으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보인다. 연합뉴스

2019년 12월 전남 나주시에 있는 빛가람 호수공원 전망대(오른쪽 아래) 건너편으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보인다. 연합뉴스

2016년 겨울을 하얗게 불태운 촛불 광장에서 울려 퍼진 메아리는 “이게 나라냐”였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선 먼저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했다. 2017년 5월 탄생한 ‘촛불 정부’의 어깨는 무거웠다. ‘적폐 청산’의 적폐가 박근혜 하나만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저항과 연대로 타오른 ‘광장의 조증’이 가라앉고 난 뒤 차별과 배제로 가득한 ‘일상의 울증’(사회학자 엄기호)이 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도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었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균형발전·분권 국정과제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세종특별자치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의 완성

전 지역이 고르게 잘 사는 국가균형발전

균형발전과 분권은 대한민국 전체를 고루 발전시키는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균형발전과 분권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4년 평가단’의 의견은 갈렸다.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평가가 낮았다. 노무현 정부에 이은 2단계 균형발전 정책을 기대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렇다 할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결정되지 않았고, 이를 선도할 대통령 제2집무실(제2청와대)의 세종시 설치도 추진되지 않았다. 다만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세종시에 국회의 10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는 “국가균형발전이 구호에만 그쳤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의 절반을 넘었는데, 집값을 잡겠다며 3기 수도권 신도시를 건설하는 난센스가 벌어졌다. 가덕도 신공항 등 경부축 지역 편중 개발도 오히려 심화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말 전국 인구의 절반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는 2017년 말 전국의 절반을 넘었다. 모두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초 24조원 규모의 토목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고, 2021년 민주당은 국회에서 12조~15조원 규모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토목사업 이외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균형발전과 분권이 서로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이 소멸 위기에 놓였는데도 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균형발전 정책이 이뤄지지 않아 어느 정도 진전된 분권 관련 입법의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자치분권과 관련해선 입법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은 경기 고양시정연구원장은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과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으로 주민이나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또 20년 이상 요구받아온 자치경찰제가 첫발을 뗀 것도 다행스럽다”고 했다. 김영미 교수도 “지방자치법 개정은 주민주권을 구현하고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분권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이재은 원장은 “재정분권과 관련해선 자율성과 책임성이 없는 지방소비세의 세율만 올렸다. 지방소득세 등 주요 세금의 지방 이양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재정 규모가 늘어나도 자주적 재정이 늘어나지 않으면,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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