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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사유리를 막는다고 애가 더 태어날까

등록 2021-04-02 18:19 수정 2021-04-03 01:52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유리의 방송 출연을 막아주세요.” 조금은 황당한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2020년 11월 자발적으로 비혼 출산을 한 방송인 사유리가 K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이다. 국민청원을 올린 이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실을 짚으며, 공영방송이라면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혼모를 등장시켜 생활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내용이 청소년과 청년에게 비혼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2021년 3월30일 오전에는 청원인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일부 시민단체가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유리의_비혼 출산을_응원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트위터 사용자(@tjwjdddms)는 사유리가 만든 가족 형태는 한부모가정일 뿐이며 이런 가족 형태가 얼마나 흔한지를 지적했고, 이 트위트는 8천 리트위트(RT)를 기록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사유리의 <슈돌> 출연이 비혼을 장려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며, 시대가 변하며 등장한 다양한 가족 형태 중 일부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유리를 반대한다고 해서 아이가 갑자기 많이 태어나는 건 아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월 출생아가 2020년보다 6% 이상 줄어, 15개월째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있다. 자연감소란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상황으로, 연간 단위로는 2020년 처음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결혼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월 결혼한 커플은 1만6280쌍으로 2020년 같은 달 대비 17.9% 줄었다. ‘정상성’ 구호만으론 이런 수치가 해소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인구절벽 충격 완화를 위해 사실혼, 비혼 동거,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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