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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산재

“평택 화재 현장은 열화상카메라조차 새까맸대요”

연이은 소방관 순직 사고, 소방센터에서 만난 김주형·송현대 소방관

제1398호
등록 : 2022-01-28 02:36 수정 : 2022-01-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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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4일 대전 시내의 한 소방센터에서 만난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왼쪽)과 송현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 류우종 기자

소방관이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수만 종류의 직업 가운데 조건 없는 신뢰를 갖게 하는 직업이 몇이나 될까. 소방관의 죽음은 각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불길로 뛰어드는 그 마음에 대해 공동체는 미안한 감정을 갖는다.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직업이기에, 그 위험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해서인지 소방관들의 일상적인 노동조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소방관이 입는 방화복이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있었다.

2022년 1월6일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소방관 3명이 숨졌다. 2021년 6월에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소방관 1명이 숨졌다.

그 뒤로 소방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물론 그들은 여전히 구조요청에 응답하고 화재경보에 출동한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묻는 것은 구조요청과 화재경보 사이 얼마만큼의 위험이 오가고, 어떤 깊이의 정신적 내상을 입는가, 묻는 질문이다.

1월14일 대전 시내의 한 소방센터에서 김주형·송현대 소방관을 만나 ‘안부’를 물었다. 김주형 소방관은 경남 고성에서, 송현대 소방관은 대전에서 일한다.

출동! 출동! 벨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소방센터 작은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 차례 출동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상황실과 연결돼 센터 어디에 있든 벨 소리를 듣게 돼 있다고 한다. “벨 소리가 상황마다 달라요. 소리만 듣고도 화재인지 구조인지 구급인지 알 수 있죠.” 송현대 소방관이 차분하게 설명하는데 김주형 소방관이 바로 이어받는다. “경상도는 굉장히 격하게 해요, 소리가 지역마다 다르거든요. 경상도는 막 깜짝깜짝 놀라게 해요. 무조건 크게 출동! 출동! 울리는데 심장에 무리가 올 지경이에요. 벨 소리를 부드럽게 바꿔달라는 게 개선 요구 첫 번째라니까요.” 벨 소리에 대한 설명도 급박하다. 벨 소리 이야기를 하면서 김주형 소방관은 “우리도 건강권이 있잖아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실제로 벨 소리 개선을 요구해 소리가 좀 바뀌었다고도 했다.

김주형 소방관은 2004년, 송현대 소방관은 2006년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비가 많이 허술했다. “공기호흡기를 제대로 지급한 지 얼마 안 돼요. 처음에는 성능이 안 좋은 공기호흡기가 지급됐어요. (모든 소방관에게) 다 지급된 것도 아니거든요. 사수가 저희를 보고 ‘너는 꼭 쓰라’고, ‘우리 때는 부족해서 못 쓸 때도 있었다’고 했죠. 방화복이 없어서 (화재 진압하러) 방수복 입고 들어간 적도 있어요.” 방수복을 입고 들어가도 되는지 물었다. “하하, 안 되죠. 방수복은 비옷 같은 건데.”

불을 끄는 화재진압대, 불 속에 갇힌 사람을 구하는 구조대, 구조한 사람을 응급조치하고 이송하는 구급대는 교통사고 현장이나 화재 현장의 상황에 따라, 따로 또 같이 출동한다.

“어떤 출동에도 우선순위는 생명을 살리는 거죠. 진압대가 먼저 도착했는데 안에 사람이 있다면 구조활동을 먼저 해요.” 송현대 소방관이 소방관의 업무를 설명하는데 김주형 소방관이 예외적 상황을 말해준다. “변두리로 가면 적은 인력으로 모든 걸 다 해요. 진압, 구조, 구급을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다 하죠.”

김주형 소방관은 화재진압대를 하다가 잠시 ‘특수구급차’ 운전에 투입된 시기를 빼면 계속 화재진압대였다. 경남에는 공단이 많아서 비상이 걸리는 일도 많다. 아쉬운 건 비상이 여섯 번 걸린다고 하면 세 번은 가다가 돌아온 적도 있는데, 교통비도 수당도 없다는 거다. 지역이 멀어서 한 시간 거리를 오가도 수당이 없다니. 정부 기구마다 회의비·자문료 등을 얼마나 살뜰히 지급하는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월8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열린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 안장식에서 영정과 영현이 봉송되고 있다. 이들은 1월6일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 화재를 진압하다가 숨졌다. 연합뉴스

소방관들 방화복 대신 방수복 입기도
“오래된 주택은 붕괴 위험만 조심하면, 저희보다 살고 있는 분들이 위험하죠. 도시 외곽은 연세 있는 분이 많아서 화재가 나면 ‘요구조자’가 있을 가능성이 커요. 질식사하거나 소사(불에 타서 숨짐) 가능성이 커요.” 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구조자’라는 말이 마음에 박힌다.

현장 구조를 할 때는 절박하다. “살려서 나오면,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안고 나와도 뜨겁단 생각이 안 들어요. 숨진 사람을 꺼내올 때가 힘들죠.” 2021년 2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승합차가 전복돼 7명이 숨진 현장에 출동한 날은 ‘힘든 날’이었다. “일감이 취소돼 돌아가는 길에 7명이 차 안에서 압사했어요. (빼낼) 공간을 만들고 (차 안 구조물을) 해체하면서 한 분씩 수습하는데….” 송현대 소방관이 말을 멈췄다. ‘주책맞게 우냐’고 김주형 소방관이 위로한다.

“연구시설·공장·물류창고는 내부 구조가 어떤지, 어떤 물질이 있는지 몰라요.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이면 불길이 거세요. 연기에 유독물질이 많으면 시야도 안 나와요. 탐조등이라고 광원이 멀리 가는 랜턴을 들고 가도 안 보여요. 열화상카메라를 갖고 들어가면 사람 형체는 알 수 있는데, 이번 평택은 새까맸대요.” 최첨단 장비가 있다고 소방관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화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쓰레기소각장에 불이 나서 갔는데 화점을 찾아 들어가다가 후배한테 ‘따라오냐’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안 보이는 거예요. 후배도 구조물에 부딪힌 사이에 제가 사라졌대요. 오른쪽으로 꺾었는지 왼쪽으로 꺾었는지 몇 번 꺾었는지 생각하면서 앞으로 가거든요. 패닉이 오면 돌아나오는 길을 잊어버려요. 방향을 돌렸는데 벽, 또 벽, 이러다가 못 나오기도 하거든요.” ‘화점’이란 말이 낯설고도 두렵게 들린다.

“화세가 커지다가 불길이 잡히고 2층으로 올라가서 봤어요. 한쪽이 벼랑이더라고요. 난간도 없고 벽도 없어요. 요만큼 되는 통로를 불만 보고 왔다 갔다 한 거예요.” 두 소방관이 번갈아 해주는 이야기를 듣다가 ‘벼랑’ 이야기에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앞이 안 보일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온 길을 기억하는 것인가요?” 다시 물었다.

영웅으로 추어올리지만 보고서는 “소방관 잘못”
“같이 다녀야 해요! 퇴로를 찾아야 하니까.” 길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동료와 같이 다니는 것만큼은 아니다. “동료를 챙기는 것, 사람을 살리는 것을 목숨 걸고 해야 하나요?” 되물었다.

“불이 나면 자동 감지해서 이산화탄소(CO₂)가 나오는 설비가 있어요. 이산화탄소가 가득 찼는데 연기가 없으니까 후배가 공기호흡기 밸브를 대기호흡 상태로 돌렸다가 이산화탄소중독으로 쓰러졌어요. 큰일 날 뻔했죠.” 소방관 동료인 후배를 살렸던 날을 이야기해준다.

위험한 일을 하니까 사고당할 수 있다는 건 수긍한다. “내가 다쳤어야 할 일, 죽었어야 할 일이었냐는 거죠.” 순직 사고가 일어나면 상부는 소방관을 영웅으로 추어올리지만 동시에 숨진 소방관의 잘못이라는 내부보고서가 만들어지는 것을 봤다. “2020년 여름 지리산 피아골에 국지성 호우가 올 때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어요. 휴가철에 근접배치라고 해서 구조대원, 구급대원을 내보내요. 소방서 실적이죠. 계곡물이 불어나서 사고가 났는데 내부보고서에는 ‘무리하게 구조활동을 전개하다 사망’이라고 돼 있어요.”

서열화되는 소방서 평가 점수를 위해, 행정을 하는 상부에서 현장 소방관들을 이렇게 대우하기도 한다. “내가 죽으면 부주의해서 사망했다고 나오겠구나.”

소방청 소속 7만여 명 가운데 행정을 하는 20% 정도의 인력이 현장 소방관보다 진급을 빨리 한다. 진급해서는 현장 경험이 적으니 매뉴얼대로 지휘하다가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책임지는 지휘부는 없다. 2014년 장갑을 사비로 산 소방관의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려지면서 화재 진압 장비가 보급된 적이 있다. “저희 둘 다 처음에 목장갑 끼고 일했거든요, 손바닥 빨간.” 그때도 지휘부는 목장갑 끼고 일하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살사고 수습을 많이 해요. 로프를 타고 베란다 창문으로 진입할 때 싸늘해요. 그분들은 집을 환하게 하지 않거든요. 커튼 치고 문틈도 테이프로 다 발라놔요, 머리칼이 쭈뼛 서죠. 선배들이 다른 데 고개 돌리지 말고 들어가서 현관부터 따라고 해요. 방문에서 사람을 수습해야 현관으로 나갈 수 있을 때가 있어요. 혼자 망자를 마주치는 부담이 커요.”(송현대)

동료 순직하면 공포증 생기지만…
소방관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담을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다. “상담사가 해마다 바뀌어요. 해마다 ‘요새 힘든 일 없으세요?’ 질문을 받아요.” 상담업체는 위탁이고, 심리상담사는 비정규직이다. 경기도 평택 화재처럼 동료 소방관이 순직하면 공포증이 생길 때가 있다고, 자살사고 잔상이 남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고 싶어도 처음 보는 심리상담사를 상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다. 소방청은 예산이 문제라고 한다. “소방관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알고, 정부에 ‘예산 이렇게 줄 거냐’ 말하는 지휘부가 없어요.”

김주형 소방관은 2022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으로, 송현대 소방관은 노조 대변인으로 2년의 활동을 시작한다. 화재진압대로, 구조대로 일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민들의 응원과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본다.

“제 일을 한 것뿐인데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고 칭찬해주셔서 버티는 거죠.”(김주형) “한겨울에 화재 진압하고 구조하고 옷을 벗는데 땀이 나서 김이 확 올라와요. 어스름 동트는 새벽에 동료들이랑 등 두드리면서 ‘네가 있어서 했다’고 말해요.”(송현대) 두 소방관은 웃으면서도 울컥한다.

대전=글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사진 류우종 기자

* 노회찬 재단 × <한겨레21> 공동기획 ‘내 곁에 산재’: 일터에서 다치고 아픈 이들을 만난 이야기를 전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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