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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목이 마르다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5-13 17:13 수정 2022-05-13 23: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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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저항시로 독재정권에 맞선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사진)이 영면에 들었다. 2022년 5월8일 81살의 나이로 타계한 김지하 시인의 발인식이 5월11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주해 원주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 중동고를 거쳐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9년 시 전문지 <시인>에 김지하라는 필명으로 ‘서울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공식 등단했다.

김 시인은 등단 이듬해 <사상계>에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판소리 가락으로 풍자한 시 ‘오적’(五賊)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시에 등장하는 ‘오적’이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유형이다. 박정희 정권은 이 시가 “북괴의 선전활동에 동조”한 것이라며 반공법 위반 혐의로 그를 구속했지만, 국내외 활발한 구명운동으로 한 달여 만에 석방했다. 이를 계기로 김지하의 이름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김 시인은 민주화운동으로 도피 생활을 거듭하던 중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돼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1975년 발표한 ‘타는 목마름으로’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담은 1970년대의 기념비적 저항시로 꼽힌다.

1970년대 반독재 투쟁을 벌이며 저항시를 주로 발표했던 김 시인의 작품 세계는 1980년대 생명사상에 심취한 뒤로 변했다.

그는 한때 ‘변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비판받았다. 그는 과거 그의 구명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작가회의)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김 시인은 10년 뒤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한편 진보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다시 입길에 올랐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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