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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범죄는 어른의 악행이다

등록 2022-07-01 01:01 수정 2022-07-01 01:03
그래픽 장광석

그래픽 장광석

“흉포화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6월22일 경기도 안양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를 찾아 한 말이다.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발언 속 ‘소년범죄자’는 ‘국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다. 국민과 무관하게 자생적으로 생겨나,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할 존재.

이런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국민 법감정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행청소년 전체를 악마화하고, 혐오하고, 무조건적인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어서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특히 우려한다.

소년부 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박주영 판사는 저서 <어떤 양형 이유>에 다음과 같이 소년사건에 대해 적었다. ‘할머니, 3남매, 시설로 보내자는 말에 그러자는 할머니, 우는 아이’ ‘동생이 백혈병, 골수이식이 안 되고 시한부…’ ‘1500건 정도의 소년사건을 처리했는데, 그중 6~7할은 집안 환경과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모든 불우한 환경의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모든 불우한 환경을 ‘노력과 의지’로 극복하라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소년범죄자는 ‘국민’이 살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자라났다. 박주영 판사는 보통 종결된 사건의 메모를 파쇄하지만 소년부 판사 때의 메모만은 버리지 않은 이유를 “어른들의 악행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책에 적었다.

현재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하도록 돼 있는 만 10~13살 촉법소년 가운데, 만 12살 또는 만 13살 소년을 엄벌할 수 있으면 정말 세상은 더 안전해질까. 그러면 소년들은 비행을 멈출까.

과거 촉법소년이었거나 현재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을 받는 당사자(7명), 과거 소년원장 또는 소년부 판사를 경험한 전문가, 소년원 교사 또는 소년위탁보호위원을 하면서 범법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를 포함해 총 13명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엄벌로만 해결되지 않을 소년범죄 정책의 여러 측면을 짚어봤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1419호 표지이야기


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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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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