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은 기본적으로 국민 생명과 경제의 위기이지만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림1]은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관인 모닝컨설트가 집계한 주요국 정상들의 지지율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팬데믹 이후 지지율이 얼마나 증감했는지 추적한 것입니다(원자료에 한국은 빠져 있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변화는 한국갤럽의 데이터를 이용했습니다). 2020년 6월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스콧 모리슨 총리의 지지율이 32%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팬데믹 선언 뒤 한 달 정도는 대부분 국가에서 지지율이 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정상들 지지율 광범위하게 끌어올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코로나19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국내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의 초기 급상승은 코로나19가, 이후 하락은 주택정책에 대한 우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가 전세계 정상들의 지지율을 광범위하게 끌어올린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학자 존 뮬러가 1970년 ‘국난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고 정의한 현상이 발현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진주만 공습, 쿠바 미사일 위협 등 국가 위기에 맞춰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했던 현상을 말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이지만, [그림2]를 보면 임기 중 국가 위기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지지율이 급등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상승과 여당의 선거 승리는 코로나19라는 국난이 발생했다는 것에서 얻은 어부지리에 가까운 것일까요?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정치학자 앙드레 블레 등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서유럽 19개국 국민에게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코로나19 봉쇄가 정치 지지도에 미치는 효과’(<유러피언 저널 오브 폴리티컬 리서치>, 근간)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봉쇄(Lockdown) 조처는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를 2.8~3.2% 높였습니다. 그리고 정부 신뢰도를 2.4~3.2%, 집권여당에 투표하려는 성향을 4.1~4.3%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를 결집 효과로 봐서는 곤란하며, 오히려 서유럽 국민이 봉쇄 조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분석에서 전면 봉쇄가 아닌 학교 폐쇄 등의 조처는 지지율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했기에 정책 효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함을 보여준 일본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왕좌왕하고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킨 미국과 브라질의 정치 지도자들이 예외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보면, 저는 국민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해 정치인들의 행보를 대체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해석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팬데믹의 정치 효과는 전쟁과 테러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대처에 성공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일본의 아베 총리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것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낮은 검사율 때문에 공식 감염 통계가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크다는데, 정책의 성패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통계에서의 투명성도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현재까지 분석을 종합해보면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에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은 결집 효과라기보다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국민이 긍정 평가를 한 것이고, 다행히 유권자의 정책 심판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기제가 팬데믹 상황에서도 잘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호 경제분석가·<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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