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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영사관 갈등, 남중국해 군사충돌 위기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악화일로 치닫는 미-중 대결

제1324호
등록 : 2020-07-31 15:19 수정 : 2020-08-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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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6일 한 인부가 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현판을 떼어내고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가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미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결정하자, 중국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대응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7월24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단행하자, 중국도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보복 조처를 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외교적 차원에서는 갈 데까지 간 셈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직접 충돌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은 낮고, 일어난다고 해도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하지만 그로 향하는 동력은 이미 작동 중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가시화한 미-중 대결은 이제 서로를 겨냥한 구체적인 세력 규합 단계에 이르렀고, 이를 촉진할 무대도 마련돼 있다. 바로 남중국해다.

오바마 때 남중국해 분쟁 개입

미-중 대결은 오바마 미 행정부 때 시동을 걸었다. 그것도 남중국해 문제 때문이었다. 2010년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미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주며 개입했다. 그 전까지 미국은 이 문제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국제법에 따라 국제사회의 중재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동남아 국가들 편에 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9개의 선, 이른바 ‘구단선’이라는 경계로 표기하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반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분쟁 해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중재를 요청한다.

중국에 남중국해는 지정학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바다다. 그곳에 묻혔다는 석유 등의 자원 때문이 아니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밖으로 나가는 통로로서, 그곳 제해권을 상실한다면 중국은 다리 하나를 잃는 형국이다. 실제 19~20세기 중국의 남중국해 제해권 상실은 유럽 세력의 ‘서세동점’(서양이 동양을 지배한다는 뜻)을 불러왔고, 결국 중국에 ‘반식민지’라는 치욕을 안긴 원인이 됐다.

명나라는 초기에 아프리카까지 진출한 중국의 ‘정화 대함대’를 이끌었으나, 이후 해금령(海禁令)을 내려 물자의 국외 반출과 해외 교류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 결과 남중국해는 ‘무주공해’로 남았다. 그 제해권은 곧 희망봉을 거쳐 인도양과 아시아에 진출하는 새 항로를 개척한 유럽 세력의 몫으로 넘어갔다. 결국 동서무역을 장악한 유럽의 부강으로 이어졌고, 중국이 반식민지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송 시대 이후 중국에서 양쯔강 이남 강남은 경제적 중심지였다. 강남의 경제는 남중국해를 통한 동남아와의 교역으로 크게 뒷받침됐다. 현재 동남아 국가들에서 경제권을 잡은 화교도 남중국해 교역 과정에서 현지에 정착했다. 중국이 1979년 미국과 수교하고 개혁·개방을 본격화하면서, 광둥성 등 남중국해 연안 지대가 그 본거지가 됐다. 중국의 지정학과 지경학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그 결과물이었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건드리면서 중국과 대결을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위력 시위를 시작해, 지정학적 대결로 성큼 다가서는 듯했다.

7월24일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등이 폐쇄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강제로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무역전쟁으로 방향 튼 트럼프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속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층을 달래는 경제적 동기와 즉각적인 미국 국익 챙기기가 있었다. 또 직접적 분쟁을 전제하는 지정학적 대결에 트럼프가 흥미가 없는데다 미국도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년간의 무역전쟁에 이어 각국 차세대 통신인 5G 구축 사업에서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의 배제로 상징되는 기술패권 전쟁으로 미-중 대결을 고조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은 2020년 초 타결된 무역합의로 안정 궤도로 들어섰다. 트럼프가 밀어붙여 중국의 한발 양보를 얻어낸 결과물이라서 무역합의는 2020년 대선의 호재로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사회경제 활동이 봉쇄되면서 미-중 무역합의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중국이 잘 대처하고 미국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미-중 무역합의가 힘쓰지 못하는데다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자 중국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그 상징이다. 트럼프는 ‘중국 때리기’를 대선 홍보물로 집어들었다. 미국의 지정학자 월터 러셀 미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에게 반중국 캠페인은 또 한 번의 4년간 권력을 향한 최선의 일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역시 미-중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트럼프의 대선 전략으로 미국과의 대결 격화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중국도 해묵은 과제를 처리하는 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콩 보안법이 전격 추진된 배경이다.

코로나19 발발은 2019년 홍콩의 반중시위를 잠재우고 모든 나라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이 위기를 틈타 중국은 나라 안팎에 산적해 있던 오래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어차피 미국의 반발은 상수이기에 홍콩 통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보안법을 제정할 적기라고 중국은 판단했다.

2003년 홍콩 입법회의에서 논의됐으나 거센 반대 시위로 철회됐던 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돼, 6월30일 결국 발효됐다. 홍콩 보안법 강행은 미-중 대결에 기폭제가 됐다. 중국과의 확대되는 경제 관계를 의식해 쭈뼛거리던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이 대중 비난 전선에 본격적으로 동참했다. 미국의 글로벌 동맹 구도에서 핵심인 영어권 서방국가들의 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국가 사이에서 반중 연대 결성의 공통분모가 만들어졌다.

홍콩 보안법으로 고개 든 반중 글로벌 연대

이미 파이브 아이스 소속 국가들은 2018년부터 정보 차원에서 대중 공조를 가동해왔다. 2020년 초까지도 오스트레일리아만 5세대(5G) 통신사업에서 화웨이 배제를 결정하는 등 미국이 꾸리려던 ‘반중국 글로벌 연대’는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6월 초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은 잇따라 중국을 겨냥한 제재 조처를 내놓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하며 일찌감치 미국 편에 섰다. 중국은 자국 학생들의 오스트레일리아 유학 금지, 농축산물 수입 금지로 보복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캐나다와 더불어 홍콩 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최근 홍콩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했고, 영국도 7월20일 여기에 합류했다.

영국은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처를 홍콩으로 확대했다. 7월14일엔 자국 5G 사업에서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존 장비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이 미국의 반중국 연대에 적극 가담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브렉시트 이후 절실해진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홍콩 보안법으로 파이브 아이스의 반중국 연대 실마리가 잡히자,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반중국 연대가 힘을 발휘할 또 다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불법’이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적성국을 상대하듯 거친 언어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그 선봉에 섰다. 두 사람은 중국을 국호가 아닌 ‘중국공산당’이라고 지칭하며, ‘중국공산당의 야욕’ ‘국제적인 약속에 뻔뻔한 무시’ 같은 비하 표현을 썼다. 중국을 합법적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까지 깎아내린 것이다.

7월27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의회 국정연설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선 중국과 대립하지 않고, 미군기지 문제에선 미국 입장에 순순히 동조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남중국해에서 펼쳐진 양국 군사력 과시

남중국해에선 ‘항행의 자유’ 작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작전이 벌어졌다.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직후인 7월, 미국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로널드 레이건호 등 미 해군 항공모함 2개 전단을 동시에 파견해 이중항모 작전이라는 전례 없는 합동훈련을 펼쳤다. 미국은 홍콩 보안법 파동이 시작된 4월 이후부터 동아시아 해역에 3대의 항모를 전개하는 등 전함을 수시로 파견했다.

두 개의 항모전단을 동시에 가동하는 이중항모 작전은 중국이 넘볼 수 없는 미국의 군사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다. 앞서 중국은 7월1일부터 5일간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는데, 이에 대해 미국이 압도적인 규모로 반격한 것이다. 미 해군 7함대의 대변인 조 켈리 중령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지역에서 두 대의 항모전단이 함께 훈련하고 작전함으로써 미 해군만이 지휘할 수 있는 중요한 작전 유연성과 능력을 전투 지휘관들이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던 7월21일, 에스퍼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의 국가들에 반중국 연대 구축을 재촉했다. 에스퍼 장관은 영국 런던 소재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온라인 연설에서 “베이징이 태평양 주변 국가들을 겁박한다”고 비난하며 “분명히 중국공산당은 수년 동안 이런 종류의 행위를 벌여왔고, 그 의도는 모두에게 보라고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도양에서 미국의 니미츠 항모전단이 인도 전함 4척과 합동훈련을 하는 것을 거론하며 “인도와 우리의 커지는 방위 협력 확대는 21세기에 우리의 모든 중요한 관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베트남을 모두 직접 거명하며 미국과 군사해양 안보 문제에서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포위·봉쇄하는 전략단위인 인도·태평양 개념에서 새롭게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해야 하는 핵심 국가인 인도와 동남아 국가를 향한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이자 압박이다.

반중국 연대의 구축과 확대는 미-중 대결이 경제전쟁에서 남중국해 쟁탈 국면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다. 하지만 미국이 남중국해를 무대로 한 대중국 포위망에서 실마리를 잡은 듯한 순간에 벌써 구멍이 드러났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포위망의 그물을 헤집은 것이다.

필리핀이 헤집은 대중국 포위망

두테르테 대통령은 7월27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선 중국과 대립하지 않고, 미군기지 문제에서는 미국 입장에 순순히 동조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외교가 최선의 방책”이라며 그 대안은 전쟁인데 자신은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서필리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우리도 주장한다”며 “중국은 무기를 가졌고, 우리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에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섬을 돌려받으려면) 우리는 전쟁으로 가야만 하나,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없으니, 영유권 문제에서 외교적 타협을 보겠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며 미군 주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그는 “이 시기에 기지를 설치한다고? 이는 핵무기를 반입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을 부를 게 뻔하다”라며 “전쟁이 나면 필리핀 민족의 절멸이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현안인 방문군협정(VFA)에 대해서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방문군협정은 미군이 필리핀에서 훈련하고 연합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약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20년 초 미국에 20년이 된 이 협정을 파기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가, 6월 그 결정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미국이 반중국 연대의 고리이자 대결장으로 삼으려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필리핀은 유엔 국제중재재판소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제소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다는 판결(2016년 7월)을 받아냈다. 이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한편, 남중국해 밖으로 중국의 군사력 진출을 막는 지정학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필리핀은 동남아 국가 중 미군의 대규모 군사력과 기지를 주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통해 남중국해 외곽에서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나서는데, 남중국해 중앙에 있는 필리핀이 구멍을 낸 형국이 됐다.

미국과 중국은 일장일단이 있다. 미국엔 ‘중국과 갈등하는 주변 국가들’이라는 자원이 있다. 하지만 미국 자체는 남중국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최악의 경우에 자신의 힘을 직접 투입할 수 있다. 평시에도 실효적 지배를 하며 주변 국가를 옥죄는 경제적 능력도 지녔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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