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Stand with Myanmar

탈영병의 뒤를 따르십시오

미얀마 벗들에게 전하는 작은 연대의 인사

제1382호
등록 : 2021-10-05 20:11 수정 : 2021-10-06 09:23

크게 작게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언제나처럼 오늘도 아침에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미얀마 소식을 확인하고 공감을 누르고 공유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계속 변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수많은 사람이 행진하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때는 2016년 서울 광화문 촛불바다를 함께 행진하던 기분이 되살아났습니다. 요즘 미얀마에선 지방 소도시와 농촌 마을에서 쿠데타군이 방화하고, 사람들을 학살하고, 납치해 고문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당신들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졌습니다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은 저항 세력이 쿠데타군과 교전하다가 군인 몇 명을 죽였다는 ‘성과’를 소식으로 볼 때입니다. 그런 소식에 ‘좋아요’를 눌러야 할지 ‘슬퍼요’를 눌러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미얀마에서 목숨을 걸고 쿠데타군과 싸우며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는 투사들에게 이런 고민이 얼마나 사치스러워 보일지 압니다. 그 투사들은 고문받고 너덜너덜한 주검으로 돌아온 이웃과 피 흘리며 죽어간 친구들을 직접 목격했고, 1천여 명을 학살한 군부의 잔인무도함을 몸으로 겪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생명을 짓밟는 폭력집단에 맞서면서, 또 다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딜레마에 누구보다 괴로움을 느끼며 고민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들의 권력과 이권을 지키려 이런 상황을 강제하는 쿠데타 군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군부와 피 묻은 돈을 거래하는 기업들, 그런 군부를 지원하거나 방관하는 국제사회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벽이 밝아오기 직전의 컴컴한 어둠 속에서 별 같은 희망을 보듬고 있는 미얀마 친구들에게 작은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먼저, 미얀마 민중의 기대를 모아 앞장서서 싸우는 국민통합정부(NUG)와 시민방위군(PDF)의 용기에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군부처럼 전투기와 장갑차도 없고 모든 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민중의 지지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얀마 민중의 삶과 생명을 가장 소중히 하면서 이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십시오. 미얀마 민중의 다양한 요구를 어느 것 하나 나중이나 덜 중요한 것으로 돌리지 않으면서 단결을 이루어주십시오.

국민통합정부와 시민방위군을 지지하고 지켜보면서 언제든 다시 행동할 기회를 기다리는 미얀마의 수많은 시민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동참이야말로 ‘봄의 혁명’을 만들어낸 핵심 동력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많은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과거 민족민주동맹(NLD)의 한계를 넘어서 국민통합정부가 박해받는 로힝야의 시민권을 인정하고 소수민족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연방민주주의를 내세운 것도 시민들의 힘이었습니다. 지금, 잠시 숨을 고르며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자신을 비겁하다고 자책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민들의 지지, 감시, 비판이야말로 국민통합정부와 시민방위군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시민을 이길 군대는 없기에
쿠데타군에서 학살자들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는 병사들에게도 촉구합니다. 이미 명령을 거부하고 탈영한 병사들의 뒤를 따르십시오. 총칼로는 시민을 통치할 수 없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민을 이길 군대도 없습니다. 언제까지 반역사적인 범죄집단 속에 머무르며 이웃과 친구에게 총부리를 겨눌 것입니까.

제가 매일 미얀마 소식을 확인하며 함께 울고 웃는 것은 우리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감각 때문입니다. 결국 미얀마 시민들은 길을 찾을 것이고, 단지 쿠데타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롭고 더 나은 미얀마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것은 2016년 촛불의 불길이 잦아들고 있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용기를 줄 것이고, 그때부터는 이제 다시 미얀마 시민들이 우리에게 갈 길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