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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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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 국경절에 전투기 띄운 까닭은?

건국기념일 전후 대규모 무력시위 벌인 중국미 “책임 있는 경쟁” vs 중 “경쟁 반대, 윈윈해야”
등록 2021-10-19 16:21 수정 2021-10-20 02:33
2011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왼쪽)과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2021년 10월, 두 사람을 각각 자국의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11년 8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왼쪽)과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2021년 10월, 두 사람을 각각 자국의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매년 10월 초순은 중국과 대만 모두 국경절 연휴 기간이다. 10월1일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건국일이다. 10월10일(쌍십절)은 중화민국(대만)이 독립국 수립을 기념한다. 110년 전인 1911년 10월10일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세운 신해혁명의 법통을 잇는다.

양보할 수 없는 인계철선, 대만

예년 같으면 자축과 가을 연휴 분위기로 들떴을 10월, 중국과 대만 양국 사이에 자칫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는 군사적 긴장이 감돌았다. 중국은 제72주년 건국 기념일인 10월1일부터 나흘 연속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 149대가 침범하는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 젠(J)-16 전투기, 수호이(SU)-30 전투기, 훙(H)-6 전략폭격기, 윈(Y)-8 대잠초계기, 쿵징(KJ)-500 조기경보기 등 공군 주력 무기들이 총동원됐다.

이후 닷새간은 잠잠하다가 대만 건국 기념일에 다시 중국 전투기 2대와 Y-8 대잠초계기가 대만의 방공 신경줄을 건드렸다. 대만은 그때마다 전투기 대응과 방공 미사일의 레이더 추적으로 맞섰다. 일촉즉발 위기였다. 10월11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자국 군대의 상륙작전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군사훈련을 한 곳은 대만해협 건너편으로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성의 한 해역이었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대립이 대만으로 불똥이 튀었다. 미-중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으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도 덩달아 위태롭다. 중국이 56대의 군용기로 무력시위를 벌인 10월4일,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내가) 군인이 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이 가장 엄중한 시기”라며 “2025년이 되면 중국이 대만을 전면 침공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맞서 대만은 2400억대만달러(약 10조2천억원) 규모의 해·공군 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인계철선 같은 나라다.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는 통일해야 할 자국 영토로 본다. 10월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세계에 중국은 하나밖에 없고, 대만은 중국의 분할할 수 없는 일부”라고 거듭 못박았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규정한 1971년 유엔총회 결의 2758호를 언급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하나의 성(省)으로서, 유엔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과 정책은 ‘일국양제’ 이념으로 뒷받침된다. 중국이라는 하나의 정치체제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2개의 경제체제가 당분간 병존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미국은 대만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독립국가로 여긴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국 군함의 통과를 감행해왔다. 중국의 대응을 시험하면서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산된 행동이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해상 패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2021년 8월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와 종전을 선언한 연설에서 “오늘날 미국이 당면한 핵심 위협”으로 중국, 러시아, 사이버 공격, 핵확산 등 4가지를 꼽고 국가안보의 전략축을 옮길 것을 분명히 했다. 후속 조처도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10월7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과 ‘중국미션센터’ 설립을 공표했다. “21세기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협, 즉 점점 더 적대적인 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업무를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CIA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중국이 냉전 시절 옛소련보다 더 강력하고 복잡한 라이벌”이라고 규정했다.

“미군, 대만서 비밀리에 군사훈련 작전 수행”

미국이 비밀리에 대만에서 군사협력을 지원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10월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특수작전 부대와 해병 파견대가 대만에서 군사훈련을 위해 최소 1년 이상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만에 대한 위협적인 움직임에 비춰 대만의 전술적 능력에 대한 미국의 우려” 때문이다. 10월9일에는 대만 육군사령관 쉬옌푸 상장이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해 군사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대만에서 나왔다.

중국은 일국양제 원칙을 홍콩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문제와 대만 문제는 전혀 다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이 영국에서 반환받아 ‘특별행정구’로 관리하는 중국 영토다. 반면 대만은 1912년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후 100년 넘게 독자적 주권과 외교권을 행사하며 실효적 지배를 하는 사실상의 독립국가다. 1971년 유엔이 중국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대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10월13일에는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변인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가장 핵심이자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그 누구도 중국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의지와 능력을 저해해선 안 된다”고 한 말의 연장선이다. 시진핑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역사적 과업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며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위험수위로 치닫는 대립 국면을 완화하기 위한 물밑 대화도 병행하고 있다. 10월6일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두 대표는 “올해 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출범한 이후 9개월째 정상회담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싸늘한 양국 관계를 잘 보여준다.

양국 정상회담에 쏠리는 눈

설리번과 양제츠의 회담 뒤 양국에서 각기 나온 발표에서도 미-중 관계의 동상이몽 시각차가 확연했다. 미국 백악관은 “우리는 국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동맹국·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는 한편, ‘책임 있는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과 계속 협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중-미 관계를 ‘경쟁’으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상호 윈윈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본질이며 이를 미국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월7일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과 시진핑이 잠정적인 데탕트(긴장 완화)를 구축할까? 이건 복잡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제 세계의 눈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성공적 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쏠리고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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