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여성 위주 페미니즘 담론에 반기를 들고 ‘교차성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한 흑인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여성학자 벨 훅스(사진)가 2021년 12월15일 6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미국 켄터키주의 흑인 분리 구역에서 나고 자랐다. 본명은 글로리아 진 왓킨스이나, 외증조할머니 이름에서 따온 ‘벨 훅스’(bell hooks)를 필명이자 활동명으로 사용했다. 글쓴이의 이름보다 글의 내용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뜻에서 그는 늘 이름의 아홉 철자를 모두 소문자로 적었다.
벨 훅스는 어린이 도서를 포함해 생전 30권 넘는 책을 썼다. 특히 1981년 낸 책 <나는 여성이 아닌가>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책에서 그는 노예제도가 사라졌음에도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겪는 차별이 여전히 인종차별의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백인 여성이 겪는 경험과 동일한 틀에 넣어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벨 훅스의 이런 주장은 인종과 계급,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지역 등 조건에 따라 여성들이 겪는 폭력의 경험이 교차한다는 ‘교차성 페미니즘’ 이론이 훗날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밑바탕을 제공했다.
2002년 처음 낸 뒤 2015년 다시 펴낸 책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도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서 벨 훅스는 페미니즘 운동을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으로 정의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혹은 둘 중 어디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든 누구나 운동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은 이를 통해 단순히 여성이 아닌 다른 집단을 차별의 주체로 규정해 배격하는 걸 넘어, 비로소 페미니즘이 모두를 이롭게 하고 더 넓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벨 훅스는 또 다른 저서 <사랑은 사치일까>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 없이는 자유도 없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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