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증 장애아동 22명이 머무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한 시설. 안나(사진)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탈출하지 못하고 이곳에 남겨졌다. 원래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장애시설에 거주했지만, 간병인들이 안나를 두고 떠났다. 그나마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교적 안전한 서부 시설에 옮겨졌다. 이곳에는 동부의 한 보육원에서 온 중증 장애아동 빅토리아도 있다. 보육원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들은 간병인들과 함께 독일로 탈출했지만, 빅토리아는 떠나지 못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중증 장애아동들이 시설에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간병인들이 장애가 심하지 않은 아이들만 데리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안나와 빅토리아가 있는 시설 책임자 바실 마르쿨린은 “동료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간병인들은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탈출했다. 아이들 가운데 누가 간질(뇌전증)인지 누가 대소변 실수를 하는지 알려줄 줄 알았는데 바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남겨진 중증 장애아동들은 어떤 재활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어 장애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BBC 방송이 보도한 영상 속 안나도 불안한 듯 계속 이를 갈고 있다. 국제장애권연합(DRI)이 2022년 5월 공개한 ‘우크라이나 중증 장애아동에 대한 실태 보고서’에는 아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도 드러나 있다. ‘우리가 한 시설을 방문했을 때 10대 (중증 장애) 소녀 14명이 소변과 대변 등으로 악취가 나는 한 방에 들어가 있었다. 상근 직원 한 명이 기저귀를 가는 등 아이 14명을 돌봤다. 자학이 심한 한 아이는 밤마다 침대에 묶여 있어야 했다.’
국제장애권연합 활동가 할리나 쿠리로는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중증 장애아동들은 인격체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려진 아이들은, 또 한번 시설에서 버려지고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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