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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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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나간 사촌동생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

미스코리아 부산 진 박서현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2-06-02 17:17 수정 2022-06-03 00:53
❶‘나를 치유하는 힘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 유튜브 갈무리

❶‘나를 치유하는 힘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 유튜브 갈무리

사촌 동생이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하고 대회를 준비했단다. ‘그건 구시대적인 거야’라는 비판부터 ‘네가 되겠어?’라는 반응까지 이겨내고 미스 부산 진이 됐다. 어떤 생각으로 도전했고 무엇을 얻었을까.

“최근에 너무 무기력했어. 새로운 일도 시작하고 독립할 기회도 생겼는데 막상 행복하지 않은 거야. 그러다 코로나19에 걸려 누워 있는데 눈물이 났어. 시간아 흘러라 하고 시계를 보면 10분이 지나 있었어. 그때 문득 숙모가 한 말이 생각났어. 서현아, 너 미스코리아 나가보는 거 어때?”

한때 아나운서이자 지금은 스피치 선생님인 숙모는 명절에 볼 때마다 서현이에게 미스코리아를 권했다. 왜 그랬는지 숙모에게 물었다.

“준비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거든. 세상은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으로 나뉘지 않아. 표정이 좋은 사람과 어색한 사람으로 나뉘지. 대회를 준비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빼는 거거든. 그럼 사람이 어딜 가나 당당해져.”

사실 서현이도 마음 한구석엔 그런 대회에 나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미인대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두려웠다. ‘그런 건 보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가지.’ 두려움과 갈망이 섞인 마음은 질투가 됐다. “누가 그런 대회 출신이다 하면 괜히 마음속으로 깎아내렸던 것 같아. 그런 내가 너무 싫었어.”

친구들은 응원했지만 한편으론 걱정했다. 있는지도 몰랐던 단점을 알게 되고 지적받을 텐데 괜찮겠냐고. “사실 나도 미스코리아대회가 무서웠던 게 누가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어. 그게 싫다고 피하기만 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두려움 안으로 들어간 거야. 한번 싸워보고 싶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현이는 멘탈을 부여잡기 쉽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댄스학원 선생님이 해준 말이 힘이 됐다.

“선생님이 댄스팀에 있을 때 목표가 칭찬받는 거였대. 그런데 아무도 칭찬을 안 해주더래. 다 잘 추는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데 대회 전날 드디어 인정해주더래. 너 춤 잘 춘다고. 가서 잘할 거라고. 그 얘기 들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잘하려면 절대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구나 싶었어.”

서현이는 스스로 칭찬해주는 훈련을 매일 했다. 그때 쓴 일기를 보여주는데 마음이 아팠다. ‘스킨/로션 바를 때 자존감 마사지하기. 예쁘다~ 사랑스럽다~ 긍정 주문하기.’ 정말 행복한 사람은 거울 앞에서 행복해져라 같은 주문 따위 안 하니까. 차마 이 얘기를 서현이에겐 못하고 숙모에게 하자 숙모는 말했다.

“아무도 그 말을 우리에게 해주지 않으니까, 나라도 해줘야지. 아직도 제자들에게 말해. 오른손을 심장에 대고 토닥여주며 누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말해보라고. 성은아, 너는 잘할 수 있어. 충분히 멋져.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면 어디 가서 정을 구걸하지 않아도 돼. 내 안에서 생겨나니까.”

대회 당일 서현이는 끝없이 웃었다. “삶에서 정말 힘든 순간에도 인간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대. 나도 이 대회에 참가하기 전엔 몰랐어. 누군가를 빛내주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하는 줄은. 그래서 생각했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태도를 취하는 것밖에 없다. 웃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난에 뛰어든 23살 여자아이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 행복해져라~!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

박서현의 플레이리스트

(인스타그램 @bella_s.hn)

❶‘나를 치유하는 힘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

https://www.youtube.com/watch?v=73Jrzft02XM

❷‘Seong-jin Cho /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12 DEC 2018)’

https://www.youtube.com/watch?v=aNMlq-hOIoc

❸‘FKJ & Masego - Tadow’

https://www.youtube.com/watch?v=hC8CH0Z3L54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주은 IP 프로듀서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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