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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북극에 얼음과 곰 있지만…

전무후무한 북극 기후 연구 프로젝트 모자익 원정대장의 일지 <북극에서 얼어붙다>
등록 2024-03-30 05:29 수정 2024-04-04 14:59
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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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여름부터 ‘북극 얼음’ 사라진다’ ‘북극곰 어쩌나… 10년 내 ‘빙하 없는 북극’ 본다’

당신에게도 이런 기사 제목이 익숙한가? 북극곰과 북극 얼음을 걱정하는 연구 결과를 전하는 보도는 기후위기의 상징인 것처럼 자주 등장한다. 이런 기사가 익숙하지 않은 당신이라도,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 한반도를 강타한 ‘북극 한파’의 시린 추위를 기억할 것이다. 북극의 얼음 두께는 우리의 겨울에 영향을 준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음이 줄어들면 찬 기운을 북극 지역에 가두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 예측은 과학자들이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계산한 결과다. 놀랍게도 인류가 북극을 제대로 탐사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2019년 가을부터 2020년 여름까지 330일 동안 북극에서 기후 연구를 수행한 모자익(MOSAiC, 북극 기상 연구를 위한 다학제 부동 관측소) 원정대가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북극에서 얼어붙다>(동아시아 펴냄)는 이 원정대를 이끈 수장이자 독일 알프레트베게너연구소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 대기연구 책임자인 마르쿠스 렉스의 원정 일지다.

북극 탐사가 어려운 이유는 극한의 추위, 어둠 등 혹독한 환경 탓이다. 1845년 실종된 존 프랭클린 원정대의 잔해는 거의 170여 년이 지난 2014년, 2016년에야 발견됐다. 2015년 러시아 얼음 캠프 참가자 약 20명은 4개월 만에 유빙에서 구조됐다. 이 일로 러시아는 1930년부터 운영하던 기지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얼음이 계속 얇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정대가 기댈 곳은 여전히 북극의 얼음뿐이다. “우리는 얼음과 맞서 싸우는 대신 얼음과 협업한다.” 원정대는 연구선을 거대한 유빙에 가두고 유빙이 이끄는 대로 이동하며 북극 기후 체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썼다.

원정대가 목도한 기후위기는 그야말로 ‘현실’이다. “얼음의 두께는 125년 전 프리드쇼프 난센이 우리와 비슷한 원정에 나섰을 당시 얼음 두께의 절반에 불과하며, 우리가 측정한 온도는 난센이 잰 온도보다 5~10도 더 높다. (…) 우리 세대는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을 온전히 체험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미래 세대에게 북극은 영구 얼음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바다의 연속일 가능성이 높다. 인류가 하루빨리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려 애쓰는 원정대의 간절함이 생생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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