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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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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마존과 촛불이 불타오르다

16·17기 독편위가 선정한 ‘2008 <한겨레21> 표지 올림픽’, 해외르포·인권·촛불에 꽂힌 시선
등록 2008-12-26 04:59 수정 2020-05-02 19:25

2008년, 은 남극 ‘펭귄마을에 내리는 죽음의 눈’(692호)으로 문을 열었다. 가뜩이나 추운 1월, 독자는 마음이 더 추워졌다. 이후 은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 ‘불타는 아마존’(724호)을 소개해,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속에 더 열불이 나게 했다. 촛불이 뜨거웠던 6월 내내 표지도 불타올랐고 ‘인권 OTL-30개의 시선’은 간간이 표지를 적셨다.
16·17기 독자편집위원 13명이 2008년 한 해 동안 발간된 50권의 중 어떤 호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투표했다. 10권씩 뽑을 수 있었지만 6~7권만 뽑은 이도 3명이다. 10권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더 뽑고 싶다”는 위원도 있었다. 그리하여 총 투표수는 119표. 투표 결과를 개인전과 단체전 금·은·동메달로 구분했다.

[올해의 표지] 개인전 금·은·동메달

[올해의 표지] 개인전 금·은·동메달

개인전 금·은·동메달 금메달 제724호 불타는 아마존 ★★★★★★★★★(9개)

몰랐다. 에탄올 연료가 친환경적인 것으로만 알았다. 그 원료 중 하나인 사탕수수 하면 럼 외에는 관심도 없었다.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내가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무서웠던 표지이야기.(16기 김기홍)

기획 의도가 훌륭한 기사다.(16기 이미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강렬함. 밀림 훼손을 단속하는 군인의 검은 피부와 시퍼런 하늘, 꺼먼 연기가 어우러져 야만의 광기를 환기시킨다.(16기 강인경)

은메달 제712호 인간답게 죽고 싶다 ★★★★★★★(7개)

‘죽음의 품격’이라는, 울림이 품격 있었던 카피. 누워 있는 몸 위에 올려진, 늙은 손. 손에 새겨진 주름 사이에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다. 카피 배경에 놓인, 흐릿한 노인 얼굴은 덧없이 스러지는 삶을 연상시켰다. 사진만으로도 작품성이 뛰어났다.(16·17기 홍경희)

가슴에 포개진 거칠고도 주름진 손만으로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죽음에도 품격이란 것이 필요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16기 강인경)

힘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돌아가신 듯, 가슴이 아프다.(17기 진보경)

은메달 제711호 10대 레즈비언은 살고 싶다 ★★★★★★★(7개)

옆에서 함께 소리치고 싶었다.(16기 윤이삭)

한국에서 10대, 여성,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입은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지를 통해 들려오는 듯했다.(17기 이현정)

레즈비언들의 만남을 소소히 풀어나간 점이 특히 좋았다. 너무도 평범한 그들이 성정체성 하나로 고민하다 자해까지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육색찬란’이란 행사 소개 기사 역시 인상적이었다.(16기 이미지)

동메달 제692호 펭귄마을에 내리는 죽음의 눈 ★★★★★★(6개)

겨울, 추위의 소중함. 앎과 실천의 온기.(17기 유재영)

언제나처럼 마구 접어 들고 다니지 못하고 조심조심한 ‘지구 3부작’ 시리즈. 서늘하다 못해 미학적인 표지.(17기 최고라)

[올해의 표지] 단체전 금·은·동메달

[올해의 표지] 단체전 금·은·동메달

단체전 금·은·동메달 금메달 ‘인권 OTL-30개의 시선’팀 22표

제708호(이주청소년), 제709호(아이들의 SOS), 제711호(10대 레즈비언), 제712호(죽음의 품격), 제723호(반지하 주거권) 등 총 5권의 표지를 장식한 ‘인권 OTL’팀은 총 22표를 득표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인권 문제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들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권 OTL’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인권 문제가 훨씬 더 많고 넓은 곳에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17기 이수택)

아이들의 SOS, 뇌리에 박힌 빨간색 바탕에 아이의 뒷모습….(17기 조성완)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기획은 ‘인권 OTL’이었다. 앞으로도 ‘인권 OTL’이 비정기적이라도 계속됐으면 좋겠다.(16기 김기홍)

은메달 ‘해외르포’팀 17표

제692호(남극), 제724호(아마존), 제735호(미국 할렘) 표지의 이국적 풍경은 총 17표를 끌어당겼다.

국내 주간지를 넘어서는 국제적인 느낌.(17기 최고라)

‘지구온난화’라는, 어찌 보면 뻔하고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재밌는 소재에 맞춰 풀어나간 점이 눈에 띄었다.(16기 이미지)

‘내가 뽑은 올해의 표지 10편‘을 선정하기 위해 50권의 책을 주욱 늘어놓았을 때 눈에 띈 표지들은 국제 환경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17기 이현정)

동메달 ‘촛불집회’팀 15표

제713호에서 제719호까지 7주 연속 표지를 불태운 촛불은 총 15표를 얻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특별판을 받아들었던 ‘희망’의 기억.(17기 최고라)

개인적으로 718호 ‘촛불은 평화다’를 읽고 을 신뢰하게 됐다. 7월 초,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오만하게도 대국민 사과 몇 번으로 촛불시위가 일단락지어졌다고 판단해 더 이상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시위는 그때도 계속되고 있었고, 도 함께였다.(17기 이현정)

한두 표 차이로 메달을 따지 못한 표지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올해 최고의 표지’였는데 다른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독자도 자신만의 ‘올해의 표지’를 떠올리며 메달 순위를 매겨보시기 바란다. 홈페이지 ‘지난호 보기’(h21.hani.co.kr/arti/HO_PAST/) 코너를 방문하면 올해 나온 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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