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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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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우리는

등록 2022-01-06 13:54 수정 2022-01-0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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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해가 시작됐다.

그해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꿈꿨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면, 정말로 새시대가 열릴 줄 알았다. 5년 전, 그해 우리는 ‘새시대’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사면이 통합과 화합, 새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2021년 12월24일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우리에게, 박근혜 특별사면이 필요한 이유로 ‘새시대’를 꺼내들다니. 덕분에 2021년 12월31일 0시 석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 밖에서, 자유의 몸으로 새해를 맞는다. 그분은 자유가 뭔지 잘 알 뿐 아니라, 왜 필요한지도 잘 아는 분이니까.

새시대가 요즘 유행어인가. 국민의힘 쪽도 윤석열 대선 후보 직속으로 ‘새시대준비위원회’라는, 이름도 전혀 새롭지 않은 위원회를 하나 만들더니 민주당 출신의 김한길, 녹색당 출신의 신지예 등을 영입했다. “새시대의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다.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쪽에선 ‘정권교체’가 새로운 시대정신이고, 다른 한쪽에선 정권연장을 위한 화합이 새시대란다. 새시대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새해라는 것도 사실은 새털 같은 날들 중 한 허리를 베어내어 ‘한 해가 시작된다’고 정해둔 것뿐이지만, 그래도 새해이니까, 그것도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둔 2022년이니까 <한겨레21>도 이번호에서 새시대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방준호 기자가 현재 ‘이 나라’에서 사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인터뷰해, 그들이 꿈꾸는 미래 ‘그 나라’에서는 어떻게 기후위기와 감염병, 심각한 불평등, 파편화된 노동의 문제가 달라져 있는지를 짤막한 가상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김규남 기자는 청년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주요 대선 후보들의 청년주거, 노동, 기후위기, 젠더 공약을 평가하고 ‘진짜 청년에게 필요한 공약’을 제안했다.

이 표지이야기의 단초는 제13회 손바닥문학상이었다. ‘어제와는 다른 세계’라는 주제로 공모한 손바닥문학상에는 그 어느 해보다 어둡고, 우울하고, 자기 안으로 침잠한 글이 많이 응모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만들어낸,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2년째, 아니 이제는 3년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은, 손바닥문학상보다 더 앞선 첫머리가 있었다. 손바닥문학상 주제인 ‘어제와는 다른 세계’라는 문구는 ‘위드 코로나’를 다룬 2021년 한가위 특대호(제1381호)의 표지 부제이기도 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새시대가 펼쳐지길 기대했지만, 우리는 결국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고 있다.

그해 우리가 꿈꿨던 나라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새해 우리는 다시 한번 꿈을 꾼다. 우리가 함께 꿈꿀 미래, 그렇게 직접 만들어갈 ‘어제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의 ‘우리’는 그해 촛불을 함께 들었던 우리, 그 뒤로도 5년 동안 광장을 지키며 팬데믹과 기후위기 속에서 가난한 이들과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고민하고 자산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우리, ‘공정’이라는 틀 안에 청년 담론이 갇히는 것을 거부하는 우리다. 60여 일 남은 대통령선거일까지, 우리는 계속 머리를 맞댈 궁리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번 표지이야기는 또 다른 첫머리다.

그리고 달라진 노동의 오늘을 그린, 제13회 손바닥문학상 수상작 3편을 이번호에 한번에 모아서 소개한다. 일터에서의 일상을 세밀하게 사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까지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독자 여러분의 새해맞이가 좀더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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