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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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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까지 콜라를?

등록 2006-09-15 15:00 수정 2020-05-02 19:24

▣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나도 조폭한테 협박당하고 싶다.”
일자리 없는 노인들은 이렇게 탄식할지도 모릅니다. 몇 주 전 어느 신문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엉뚱한 생각입니다. 김수용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위원장 인터뷰 기사였습니다. 연일 오락실 뉴스가 신문과 방송의 머리로 오르던 때의 일입니다. 그는 “영등위 위원장 시절 게임업자들에게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회사 게임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며 조폭 같은 청년들이 찾아와서 할복과 분신을 기도했다는 겁니다.

일주일에 두 번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 기사에서 눈에 띄었던 건 전 영등위 위원장의 나이였습니다. 영화감독 출신인 그는 현재 만 77살. 게임업자들에게 간헐적인 괴롭힘을 당하던 그때는 2~3년 전으로 74~75살이었습니다. 팔순을 코앞에 두고 유력 국가기관의 ‘장’ 자리를 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나이 어름의 상당수 노인들은 집에서 쉬는 처지입니다. 자식들 눈치 보며 무도장이나 공원을 어슬렁거리거나, 퀴퀴한 골방에서 독거노인의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폭 같은 젊은이들에게 폭언이라도 듣는 고위인사의 자리가 행복하지 않겠느냐는 역설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은 이번호에 특별부록을 덤으로 선물합니다. 지금까지 낸 부록 중 가장 낯선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됩니다. “부자 되세요~.” 물신주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품위를 섞어 다시 말하자면 “건강한 부자가 되자”는 겁니다. 사람은 모두 늙습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살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김수용 전 영등위 위원장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그 나이엔 필연적으로 소득 불안에 노출됩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보다 개인의 평화가 더 절실합니다. 그 평화의 토대는 경제적 안정입니다. 도인이 되어 정신 세계만으로 배가 부르지 않다면 말입니다. 100살의 빈털터리 할아버지 신세로 70대의 자식과 40대 손자에게 손을 벌리는 상상은 악몽입니다. 100살까지 버틴다는 가정은 더 끔찍합니다. 아무튼 ‘부자되기’ 부록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줍니다.

원치 않는 장수를 하게 될 경우엔 탄산음료라도 적게 먹어 치아를 보전해야 할까요? 100살이 넘은 콜라가 세계 곳곳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인도에서 ‘협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건강권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캠페인이자 오만한 미국의 상징을 응징하는 듯한 투쟁입니다. 이번호 표지는 인도의 반콜라 투쟁을 중심으로 콜라 이야기를 펼쳐보았습니다. 미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유지를 위해 구국기도회를 여는 한국인들은 콜라 철수 반대 기도회라도 여는 게 합당할 듯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획편집 경력기자를 모집합니다. 숨은 인재들이 나타나 을 더욱 매력적인 매체로 꾸며주길 기대합니다(105쪽 참조). 물론 100살까지 정년은 보장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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