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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22 08:18 수정 2020-05-02 19:29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덕후(마니아)’? ‘등산 빌런(악당이란 뜻이지만 최근 인터넷에선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특이한 괴짜를 일컬음)? 9월20일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에 오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타임라인에는 “문 대통령의 꿈이 이뤄졌다”며 각종 ‘드립’(애드리브)이 쏟아졌다. “등산 덕후의 지존에 올랐다” “말하는 대로 방북, 말하는 대로 백두산” 등의 축하가 이어졌다.

이는 문 대통령의 유명한 ‘등산 사랑’ 때문이다. 취미가 등산인 문 대통령은 네 차례나 히말라야에 오른 ‘등산 마니아’다. 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었던 2017년 5월9일, 투표를 마친 뒤 산을 올랐고, 취임 첫 주말에도 등산을 했다. 그 뒤로도 문 대통령은 종종 등산객들에게 포착(?)됐다. 그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게 꿈이다”라고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27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저녁 만찬에서도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느냐”고 김 국무위원장에게 ‘농담’을 건네 참석자들을 ‘빵 터지게’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백두산 등반 꿈을 이루기 위한 문 대통령의 ‘큰 그림’이라는 ‘합리적 의심(?)’까지 제기했다. “2744m, 역시 등산 빌런의 스케일은 대단하다” “문 대통령: 백두산을 가기 위해 통일을 한다” “등산 빌런이 끝내 야욕을 이뤘다” 모두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들뜬 마음이 반영된 ‘드립’이다. 이 와중에도 직장인들은 백두산에 오른 수행원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등산에 대한 자신의 아픈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우리 대통령이 등산 빌런인 게 뭐 어때서 그래요. 내 상사만 아니면 돼”(@j****)

물론 문 대통령의 ‘큰 그림’은 따로 있었다. 이날 케이블카로 백두산 천지에 오른 그는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블라블라/ ‘부상 세리머니’ 주의보


초상날이 된 잔칫날


아우크스부르크 제공

아우크스부르크 제공

축구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는 환희의 순간을 자축하는 개성 넘치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골보다 세리머니가 더 눈길을 끌고 논란을 부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끝난 아시안게임에선 이승우 선수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펼친 세리머니가 논란이 됐습니다. 선제골을 넣은 뒤 일본의 세계적 자동차업체 도요타 광고판 위로 올라가 개선장군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이죠. 당연히 일본 미디어와 축구 팬들은 “일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분노했습니다. 유럽 리그에선 골을 넣고 나치 경례 세리머니를 하다 선수 자격이 박탈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간혹 거친 세리머니를 하다 부상을 입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집니다. 잔칫날이 초상날 된 셈이죠.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 선수가 9월15일 골 세리머니를 하다 당한 부상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자신의 시즌 첫 골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힘껏 공중으로 솟구쳤고, 착지 과정에서 무릎인대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 선수는 이 부상으로 수 주간 출장이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팬들이 기억하는 ‘부상 세리머니’의 압권은 박주영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 선수는 골을 넣고 미끄러지듯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는 세리머니로 유명합니다. 2010년 프랑스 리그 모나코 AS에서 뛰던 시절 박 선수는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부상을 입었습니다. 동료 선수들의 과격한 축하가 문제였습니다. 여러 선수가 일제히 박 선수를 덮치면서 무릎에 체중이 실리며 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는 때론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풍자로 쾌감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입니다. 경기의 맛과 흥을 더하는 조미료라면 충분하지 싶습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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