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 KBS 이사도 ‘이념 인사’

등록 2023-10-13 12:29 수정 2023-10-14 01:59
2023년 10월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등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제공

2023년 10월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등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제공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린 선택이었을까.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공석이 발생한 한국방송(KBS) 이사회에 또다시 ‘이념 인사’가 이뤄졌다.

한국방송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방통위는 2023년 10월11일 이동관·이상인 등 2명의 상임위원만 출석한 가운데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한국방송 보궐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바로 이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동욱 신임 이사는 <월간조선> 기자,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전문위원, <뉴데일리> 객원 논설고문, 출판사 자유전선 대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공영방송 관련 특별한 이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그는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추천으로 방통위에서 한국방송 이사 후보로 논의됐다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등으로 추천이 무산된 바 있다. 이 신임 이사는 1996년 <월간조선> 재직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벌어진 실탄 사용 등 국가폭력의 참상을 상당 부분 부정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2013년 열린 ‘조갑제 현대사 강좌’에서는 “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소수 선동가에 의해 선동당한 것으로 이것이 광주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없진 않았다. 2021년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이 신임 이사는 전두환씨 빈소 현장에서는 ‘광주사태’라는 표현 대신 ‘5·18’을 쓰고 “5·18에 북한군이 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신임 이사는 10월12일 <한겨레21>과의 전화통화에서 “<월간조선> 보도는 27년 전 일로, 과장된 기사들을 비판한 것이다. 그 뒤 5·18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나는 ‘극우’가 아닌 자유주의자”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등은 이 신임 이사 임명을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10월12일 기자회견문에서 “KBS 이사회는 공론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라며 “극우적 언사를 일삼아온 이동욱씨의 보궐이사 추천을 철회하라”고 했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장악의 선봉장으로 나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KBS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한 전위대를 구축하기 위한 술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뉴스 큐레이터: <한겨레21>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