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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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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1개 가덕도신공항… 제2의 허브공항 될 수 있나?

2024 설 - 부산 편
부산시, 동북아 허브공항 계획 밝혔지만 “국토부 기본 계획은 기준에 미달돼”
등록 2024-02-03 05:15 수정 2024-02-06 07:08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여 년의 논란 끝에 2029년 12월 개항이 확정된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밑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중심) 공항이 되려면 규모나 연계 교통망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울산·경남권 시민단체들은 “가덕도신공항이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선 제대로 된 24시간 운영 국제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20년 논란 끝에 2023년 12월 신공항 기본계획 나와

국토교통부가 2023년 12월29일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사업시행자인 국토교통부가 공사비 12조5192억원, 보상비 3127억원 등 국비 13조4913억원(공항 부문)을 들여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육·해상 666만9천㎡에 건설한다. 활주로 1개와 평행유도로 2개, 계류장,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등 공항 필수시설은 2029년 12월까지 완공해 먼저 개항하고 지원시설 부지 공급 등은 2030년까지 마무리 짓는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물류(공항·항만·철도·도로)·여객(항공기·자동차·열차·여객선) 복합 공항이다. 가덕도신공항과 연결되는 도로(9.3㎞)와 지하철도(16.5㎞)가 건설된다. 해안에 있는 가덕도신공항을 보호하기 위해 방파제를 사방에 만든다. 활주로 길이는 3500m다. 유럽과 미국·캐나다 동부노선(운항거리 1만1300㎞)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규모가 크지만 국제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천공항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먼저 인천공항은 활주로가 4개지만 가덕도신공항은 1개다.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길이는 3500m인데 인천공항(3750~4000m)보다 짧다. 주차장 규모는 1만718면이다. 김해공항(6753면)보다는 크지만 인천공항(1만4968면)보다는 작다. 여객터미널 연면적은 20만㎡로 인천공항(124만㎡)에 견줘 6분의 1 수준이다. 화물터미널 연면적은 1만7200㎡인데 인천공항(25만9천㎡)에 견주면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가덕도신공항이 소규모 국제공항으로 설계된 것은 연간 항공수요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발표한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한 전국 항공수요를 근거로 가덕도신공항 국제선 연간 항공수요를 전망했다. 2030년 1284만 명, 2040년 1703만 명, 2050년 2천만 명, 2065년 2326만 명이다. 승객을 가장 많이 실어나를 수 있는 연간 여객(승객) 최대 처리능력이 2326만 명까지라는 얘기인데 2024년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승객) 처리능력이 1억600만 명인 것에 견주면 5분의 1 규모다.

이런 예측은 ‘김해신공항 부울경검증단’이 2019년 발표한 김해신공항 항공수요에 견주면 30%가량 차이가 난다. 2050년 국제선 여객수요가 김해신공항은 2800만 명인데 가덕도신공항은 2천만 명에 그쳤다. 또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선 국내선 항공수요 700만~1천만 명을 반영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자 2024년 1월11일 가덕도신공항 비전 선포식을 열면서 가덕도신공항을 아시아 복합물류, 세계 50대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500m 활주로 맞은편 아래쪽에 3200m 활주로를 추가해서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연간 승객 2326만 명(국제선 2065년 기준)에 견줘 갑절 이상 많은 연간 5800만 명의 승객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국토교통부의 2026~2030년 7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계획을 반영해서 2030년 발주·설계하고 2031년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공항 규모가 작게 계획돼 2단계 계획 필요성 벌써 나와

또 부산시는 2040년까지 유럽·아시아·북아메리카·오세아니아 주요 도시를 오가는 국제노선 100개를 개설하고 환승 연결 국제노선 150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기준 김해공항 국제선 16개국 51개 노선에 견주면 두 배다.

부산시는 영남권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1시간대에 왕래할 수 있는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하 30~40m에 수소를 원료로 하는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만들어 해운대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30분 안에 도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개통하는 사상~녹산선과 가덕도신공항 진입철도를 연결하고 드론 같은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를 이용해 가덕도신공항과 주요 지역을 이동하는 도심항공교통(UAM)을 도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부산시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항 배후 경제권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눌차지구(460만㎡)는 주거·상업·문화·의료·관광시설을 갖춘 복합도시, 천성지구(154만㎡)는 리조트·문화복합·체육시설을 갖춘 관광 거점, 두문지구(56만㎡)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는 해양수소 신산업 거점으로 조성한다.

2024년 1월11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 선포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앞줄 왼쪽 일곱째) 등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24년 1월11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 선포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앞줄 왼쪽 일곱째) 등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을 만들자고 다짐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하지만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8개 단체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와 부산시 비전 선포를 환영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허브공항 기준에 미달하고 있고 부산시 비전 역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제2활주로 건설과 항공수요 증대를 고려한 미래 교통망 구축방안 마련 △2026~2030년 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가덕도신공항의 위계를 인천공항 재난시 대체 가능한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격상 △가덕도신공항 장거리 국제노선 신설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공항건설공단 채용 두고 지역 인재 비율 높일 것 요구

2024년 4월 출범하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임직원 채용은 중앙·지방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고위직 임원들이 퇴직을 앞둔 정부 고위 관료 출신과 정치권에 줄 댄 인사로 채워지거나, 전체 직원 160여 명 가운데 지역인재 비율이 낮으면 부산시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위직 임원 5명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7명 가운데 부산 출신이 1명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등 임원은 국제적 감각의 전문성을 지니고 부·울·경의 실정에 밝은 사람이어야 하고 신규 직원 채용 공고를 할 때 지역인재 비율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김광수 <한겨레>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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