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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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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담론’을 공론장으로

그림책·희곡·에세이… 참사 10주기 맞이 새 책들
등록 2024-04-12 13:21 수정 2024-04-18 08:09


참사 10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세월호 책’들이 발간됐다. 그림책으로, 희곡으로, 산더미 같은 자료와 판결문을 압축한 보고서로, 차가운 과학적 조사와 분석으로, 시민과 작가들의 뜨거운 연대 에세이로,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육성으로 세월호는 ‘지금, 여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연대 아니면 혐오’ 같은 이분법을 떠나 ‘세월호 담론’이 본격적으로 경합하고 사회적 논의가 다른 차원의 문 앞에 섰다는 뜻이다. 그간 세월호는 일차적 사료를 기반으로 한 역사 속에 정박하지 않고 개인의 이야기, 집단의 감정과 경험을 가로질렀다. 10주기를 맞은 2024년 4월, 세월호 속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알아낸 것이 많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평행하여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앎을 만들고 변화의 물꼬를 튼다.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기억투쟁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박내현 등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는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생존자, 유가족, 시민 연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마이뉴스>에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연재한 글을 묶었다. 참사 3년 만인 2017년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선주의 개인 전시실로 알려진 세월호 갤러리는 훼손 없이 말끔했다.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만 북문 앞에는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이 붙어 있다. 인천가족공원 안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는 자전거 동호회, 초등학교 동창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제주 이주 가족, 여행객, 민간 잠수사 등의 유해와 영정이 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세월호 팽목기억관, 세월호 제주기억관, 생존 학생들을 위한 공간, 4·16재단 등이 바로 오늘날 ‘세월호의 현장’이다. 추천사를 쓴 김훈은 “‘기억의 방’은 한을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고, 상처가 아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는 신생의 방”이라고 썼다.


<월간 십육일>은 참사 10주기를 맞아 나온 ‘기억 에세이’다. 김겨울, 김하나, 김애란, 김중미, 이랑, 이슬아, 장혜영, 정보라, 정세랑, 핫펠트(예은) 등 내로라하는 작가가 총출동했다. 임진아 작가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가 몽글몽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연노랑색… 표지는 ‘세월호’ 이야기가 더욱 폭넓게 변형,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디오 피디 겸 작가 정혜윤은 아이들이 신던 축구화나 구출될 줄 알고 메고 있던 기타나 세월호 매점에서 사 먹던 새우깡 같은 “희생자들의 인간적인 세부사항들이 내 영혼에 너무 많이 들어와버렸다”고 말한다. 2014년에 태어난 한 존재와 2014년 생존자들을 연결한 희곡 <2014년 생>(송김경화 지음, 아를 펴냄)의 작품 해설에서 인권운동가 미류는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배에서 먹은 과자는 무엇인지, 친구에게 어떤 편지를 썼는지 궁금해할 때 애도가 시작된다”고 썼다. “이 노란 리본이 차원의 문이 될 거”(<2014년 생>)라고 믿고,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일은 남은 사람들이 계속해야 할 “투쟁”(정보라, <월간 십육일>)이다.


과학적 조사·분석으로 재사유 촉구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김성수 등 지음, 진실의힘 펴냄)과 <책임을 묻다>(김광배 등 지음, 굿플러스북 펴냄)는 10년간 밝힌 과학적, 정치적, 사회적 ‘팩트’를 정리하면서 세월호 문제를 재사유하도록 촉구하고 ‘책임’의 문제를 냉정하게 추궁한다. 기억과 추모의 그림책 <세월 1994-2014>(문은아 글, 박건웅 그림, 노란상상 펴냄)는 타임라인을 통해 여러 문제가 겹친 참사의 복잡하고 비극적인 원인과 과정을 정확히 드러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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