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민 참여로 용산을 바꾸자

등록 2006-09-13 15:00 수정 2020-05-02 19:24

환경운동연합 등 18개 단체 모여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발족…“주변 기지터는 개발하는 대신 공공용지로 삼고 중간 완충 지대로 해야"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미군이 떠나는 용산기지 터를 상업적으로 개발해 만든 돈으로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대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서울시의 강력한 반발로 일단 암초에 걸린 상태다. 용산 미군기지는 몸통이라 할 수 있는 메인(24만 평)·사우스포스트(57만 평) 81만 평과 도로로 단절돼 있는 캠프킴(1만4천 평)·미군수송단(2만5천 평)·유엔사(1만6천 평)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8월30일 오후 4시 국무조정실 기획차장실에서 ‘용산공원 특별법’ 쟁점 사항을 놓고 토론을 벌여 “공원의 본체인 메인과 사우스포스트 81만 평 모두를 공원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9월 말까지 미루고, 주변에 흩어진 미군기지 터를 활용해 미군 이전 비용을 대는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서울시 힘겨루기가 놓친 한 가지

사태는 일단락된 것 같지만, 뭔가 빠진 게 있다. 그것은 시민들의 참여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사회학)은 “용산기지 반환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제대로 울리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000년부터 꾸준히 용산공원의 생태공원화를 주장해왔다. 환경운동연합·서울그린트러스트·참여연대·문화연대 등 18개 단체는 9월7일 오전 11시 희망포럼 기자회견장에 모여 용산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발족식을 열었다. 시민연대의 목소리는 기지 주변은 과밀 개발하고 기지 터는 수많은 시설물을 설치해 인공 공원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이나, 메인과 사우스포스트를 뺀 주변 개발은 인정하는 서울시의 입장과도 다른 ‘제3의 길’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시민연대의 주장은 미군기지 터에 사람이 성급하게 손을 대 인공적으로 공원을 조성하지 말고 자연이 스스로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천천히 생태공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변에 흩어진 기지 터를 과밀 개발하는 대신 공공용지로 활용해 중간 완충지대를 두고, 공원 안에 전쟁박물관 같은 인공 시설물 설치를 막아야 한다. 법적으로는 공원 주변 과밀 개발의 법적 근거가 되는 ‘용산공원 특별법’ 제정 계획 철회와 정부의 공원 계획에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용산 민족·역사 공원 건립추진위원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미약하지만, 국회 내에서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용산공원 특별법’을 대체하는 ‘용산공원 조성 및 보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안했다. 법안을 보면 메인·사우스포스트 81만 평으로 이뤄진 ‘공원조성지구’의 개발을 막고, 주변에 흩어진 부지 터들도 친환경적으로 개발을 최소화해야 한다(3조)고 적혀 있다. 공원 조성 과정에 시민과 환경단체 등이 폭넓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법적 장치(12조 2항)도 마련돼 있다.

‘용산공원 시민위원회’도 만들어질 듯

시민연대는 앞으로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여부를 따지기 위해 민관 공동조사를 추진하고, 기지 주변의 시민답사 등을 벌여 시민들이 공원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 개발계획을 만드는 ‘용산공원 시민위원회’도 만들어진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