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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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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10층 목조건물 세워보자”

목조건축 자격제와 목재 규격화 시급
등록 2018-10-20 07:59 수정 2020-05-02 19:29
경기도 하남의 한국목조건축협회 사무실에서 이동흡 부회장을 만나 우리 목조건축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 뒤쪽 강의 공간의 나무 인테리어가 아름답다.

경기도 하남의 한국목조건축협회 사무실에서 이동흡 부회장을 만나 우리 목조건축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 뒤쪽 강의 공간의 나무 인테리어가 아름답다.

“우리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 10층짜리 목조건물 1~2개만 지어봤으면 좋겠어요. 기술은 갖고 들어오면 돼요.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좋고, 공사 기간 짧고, 공사비도 많이 안 들어가는데, 목조건축의 그런 좋은 점을 시민들이 잘 모르잖아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면 목조건축이 지금보다 잘 보급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진국의 고층 목조건물 이야기를 꺼내자, 한국목조건축협회 이동흡(62) 부회장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은퇴한 뒤 목조건축협회 상근 부회장을 맡은 그는 평생 목재를 이용한 주거 환경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데 애쓴 산증인이다. 10월12일 경기도 하남의 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목조건축 이야기를 나눴다.

왜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갑자기 고층 목조건물을 짓나.

늙은 나무를 방치하면 결국은 썩어서 탄소배출원이 된다. 목재로 집을 지어 썩히지 않고 이용하는 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사람들이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탄소를 더 많은 목재에 저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층 건물을 짓자는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그걸 구현하려니, 내진·내화 등 고층 목조건축 기술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임업과 목조건축 선순환을우리 목조건축에 들어가는 목재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수입품으로 건축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건축재로 쓰려면, 최소한 35년 이상 40~60년은 자라야 한다. 그래야 굵기가 쓸 만하고 뒤틀림 등의 변형이 작다. 우리 산림은 이제 성숙기 초입으로 들어섰다. 우리 목재자급률이 15% 정도라지만, 대부분 건축자재는 아니고 칩으로 보드를 만들거나 연료용 펠릿 등 값싼 용도로 쓴다. 국산 나무를 건축재로 쓸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 나무가 캐나다만큼 좋진 못하지만, 그래도 목재란 관리하기 나름이다. 정부가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1㏊(1만m2·3025평) 임야에 나무를 심으면 20년, 아니 50년이 지나도 임야 주인한테 100만원도 안 떨어진다. 이런데 누가 임업에 투자하겠나. 임업이 선순환돼야 온실가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텐데, 가장 좋은 방법은 목조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산의 나무를 활용하는 최고 고부가가치 산업이 목조건축 아닌가? 목조건축이 잘되면 임업이 살아난다.

정부에서 나선다고 목조건축을 살릴 수 있나.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 때 쌀 대신 목재 시장을 개방했다. 위기에 부닥친 국내 목재 산업을 살리려고 일본 나름의 목조건축 개발에 나섰다. 그래서 2×4인치 규격의 북미식 수입 목재 대신 일본 삼나무를 통째로 기둥으로 쓰는 지금의 일본식 목조주택 건축 방식을 발전시켰다. 삼나무가 목재로 좋은 재료는 아니다. 굵기가 가늘고 강도도 무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협회는 자기 나라 삼나무를 많이 쓰자는 목표를 세우고, 합심해서 그에 맞는 건축 방식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일본 목조건축의 80%가 그렇게 지어진다. 삼나무 기둥만으론 지진에 약하니까, 수입 목재를 이용한 구조용 합판을 벽체로 보강한다.

일본, 법으로 목조 공공건축 촉진캐나다에 가보니 밴쿠버 겨울올림픽 경기장을 건축하면서 벌레 먹은 나무를 목재로 썼더라.

나무좀 피해목들인데, 산에 그대로 두면 썩고 다른 나무로 감염 피해를 준다. 이런 경우에도 빨리 베어서 목재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은 활용법이다. 빙상경기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일부러 병들어 색깔이 변한 목재를 썼다. 푸르게 색은 변했지만 목재 강도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 빨리빨리 쓰라고 널리 홍보한 것이다. 얼마나 지혜로운가.

공공 건축물부터 목조를 많이 채택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일본 정부도 처음엔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에게 지원 정책을 폈다. 그런데 당사자만 좋고 목조건축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리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래서 만든 게 일본의 공공 건축의 목재이용촉진법이란 것이다. 얼마나 목재를 많이 이용했는지 해마다 조사해, 연말 기관평가에 반영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목욕탕과 버스정류장, 터미널 같은 다중 이용 시설도 그 법의 적용을 받는다.

기존 제도와 인식이 미비한 점도 많지 않나.

높이 제한부터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목조건축업 자격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20년 목수도 1년 목수도 받는 돈은 똑같다. 팀장이면 하루 30만원을 받고, 아니면 20만원 받는 식이다. 소규모 건축은 아무나 다 지을 수 있게 돼 있다. 이러니 발전이 없다. 대신, 돈을 버는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목조건축 하는 사람들이 경력을 인정받아 정당하게 세금 내고, 떳떳하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목조건축업이 정상 궤도로 올라선다.

연 5만채 목조건축 시대로캐나다와 일본에 가보니, 많은 목조주택을 공장에서 짓더라.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 그전에 먼저 목재를 철저하게 규격화해야 한다. 그래야 건축비도 줄일 수 있다. 2×4인치 규격재를 기본으로 쓰는 북미식 경량목구조 방식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목재가 규격화하면 대량생산과 대량 비축이 가능해져,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캐나다 등에서는 콘크리트 철근이나 철골 구조보다 경량목구조 건축 방식이 20%쯤 싸다고 알려져 있다.

이동흡 부회장은 지금 1만5천 가구 정도에 머물러 있는 연간 목조건축 물량이 5만 가구로 늘어나는 꿈을 꾼다. “그러면 선순환이 가능할 거예요. 목조건축 하는 자영업자들이 연봉 1억원은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 목조건축 선진국에선 목수 직업이 인기가 있어요. 돈도 괜찮게 벌고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높거든요.”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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