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8일부터 ‘노랑클로버’를 연재했다. “첫 글에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클로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들어가니까 ‘노랑클로버’ 어때?”라는 큰이모의 제안으로 이름을 붙인 투병기 칼럼이었다. ‘다카야스동맥염’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병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글을 쓰면서 단소리도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가끔 ‘글을 잘 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종일 기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 ‘무언가 남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줘 의미 있었다. 내가 나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도록 해준 버팀목으로써, 이 칼럼을 읽어준 당신에게 온전히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21년까지의 ‘노랑클로버’ 글과 ‘노랑클로버’에는 실리지 않은 글 몇 편을 모아 책을 낸 지도 1년이 돼간다. 책 출간을 얼마 앞둔 날의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책 출간은 기쁘다. 그런데 급식실에서 모르는 학생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던 때 같은 마음이 든다. 생면부지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은 은근히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럽다. 이제 책이 나왔으니 300쪽가량을 빼곡히 메운 글자들을 책임져야 한다. ‘생일 축하로 받은 마음들’이라는 왕국과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라는 개인을 부양할 가장이 된 것만 같다.”
이제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와 이란성쌍둥이 형제라고 할 수 있는 ‘노랑클로버’와 나 사이의 탯줄을 자를 때가 왔다.
지금도 깜깜한 방에 누워 눈을 감으면 2023년 1월18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앞줄에 앉아 있던 친구들과 선생님들, 뒤쪽에 앉아 있던 학부모님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졸업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하고 소리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매일매일, 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오늘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날을 담은 한마디였다. 3년간 글을 쓰고 학교에 다니면서 했던 생각은 궤가 같았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직 나만 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난 3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해온 것을 내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식 준비위원회’에 들어갔다. 꽃 270송이 포장, 포토존·펼침막 디자인과 설치를 하면서 ‘이걸 왜 하겠다고 했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렇지만 완성된 것과 졸업식에 와 펼침막 앞에서 꽃을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 들어와서 하던 여느 자치 활동과 같았다. 여상하게 마친 느낌이어서 좋았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보면 주인공 헤이즐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뚝, 끊겨버린다. 그것도 문장의 중간에서. 헤이즐은 그런 결말이 죽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며 마음에 들어한다.
나 또한 언제나 마무리가 각별한 순간이 되지 않고 일상처럼 이어지다가 끝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마음에 두고 있다. 그런 마무리도 현실적이어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책을 읽을 때는 우리가 책을 덮었다고 등장인물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책 너머에서 언제고 글을 펴볼 때까지도 쭉 이어질 것을 아는 마무리. 그런 마무리를 맺고 싶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랑클로버’ 마침.
신채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저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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