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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게 필요한 산책권 강조하는 ‘펫츠런’ 축제… 시민 1500여 명 ‘산책 기부’로 학대견 보호 단체에 물품 전달
등록 2023-11-17 10:13 수정 2023-11-19 18:16
‘2023 펫츠런’에 참가한 토르(왼쪽)와 룽자가 2023년 10월28일 반려인과 함께 경기도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공원을 걷고 있다.

‘2023 펫츠런’에 참가한 토르(왼쪽)와 룽자가 2023년 10월28일 반려인과 함께 경기도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공원을 걷고 있다.

토르, 룽자, 세상, 몽이가 호숫가를 달린다. 엄마, 아빠, 누나 등 반려인도 함께 달린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초록이 붉게 물든 2023년 10월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반려견 축제 ‘펫츠런’(Pets Run)이 열렸다. ‘산책으로 기부를’이란 구호를 앞세운 이 축제에는 시민 2천여 명이 참가해 1556명이 ‘산책 기부’를 했다. 축제를 후원하는 업체가 제공한 펫용품을 참가자 이름으로 산책한 거리만큼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사료, 간식, 펫샴푸 등 757만9천원 상당의 물품이 ‘학대견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에 전달됐다.

미국 철학자 톰 레건은 1983년 펴낸 책 <동물권 옹호>(The Case for Animal Rights)에서, 이마누엘 칸트가 본래적 가치(Inherent Value)를 지닌 인간에게 부여한 도덕적 지위와 권리가 동물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도 자기 삶을 영위하는 삶의 주체이며, 사람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면 안 되고 존재 자체로 대우받을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역설한다. 개정을 거듭하는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 1항도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한다.

반려견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아가려면, 규칙적인 산책이 꼭 필요하다. 에너지를 적절히 소비해야 짖기, 물어뜯기, 땅파기 등의 문제 행동을 줄일 수 있다. 또 집 밖 환경을 탐험하면서 정신적 자극을 받고, 다른 개와 사람을 만나 사회화를 경험하며 공격성과 불안감을 누그러뜨린다.

팻츠런 축제는 반려견에게 보장해야 할 산책권을 반려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수행하는 한마당이었다. 이날 호수공원 맞은편 일산문화광장에서는 고양시가 주최한 동물교감치유문화제도 열렸다. 주말을 맞아 이틀 동안 시민 2만여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두 축제를 즐겼다. 고양뿐 아니라 경기 부천, 대전, 경남 양산, 부산 사상구 등 전국 곳곳에서 이 가을 반려동물을 위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은 견종 ‘킹 찰스 스패니얼’ 네 살배기 토르는 이날 바람개비 모자를 쓴 채 낙엽이 쌓인 호숫길을 신나게 달렸다. 한 살배기 시바견 룽자가 그를 바짝 뒤쫓는다. 이들이 새 친구와 어울리는 동안 반려인들도 따라 걸으며 정담을 나눈다. 동물들의 가을축제는 호수에 비친 그들의 반영처럼 서로를 닮은 채 깊어간다.

고양(경기)=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펫츠런을 완주한 몽이가 포토존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펫츠런을 완주한 몽이가 포토존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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