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갑자기 날아오른 청둥오리가 하늘에서 어지러이 흩어졌다 뭉치기를 몇 차례 반복하더니 다시 논에 내려앉았다. 한적해 보이는 들녘이지만 야생의 생명체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사냥꾼 참매가 언제 또 쏜살처럼 들이닥칠지 모른다. 1천 마리 넘는 청둥오리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는 강원도 철원의 소란탐조대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탐조 명소다. 긴 다리와 목을 쭉 펴고 나는 두루미는 북쪽 고향의 추위를 피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난민 신세지만 기품을 갖춘 새다. 두루미·재두루미와 함께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쇠재두루미까지 본다면 행운이다. 이들은 크기와 색도 다양하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먼발치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들판 한가운데 지어놓은 탐조대에 가만히 숨어 있으면 새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다가온 새가 두툼한 부리로 논바닥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벼 낟알을 주워 삼키는 장면이 생생하다. 다양한 행동과 몸짓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학춤으로 서로 소통하는 새들은 영하 10도 아래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 허연 입김을 내뿜기도 한다.
두루미는 늘 같은 논을 찾아오며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해마다 여름에 부화한 어린 새를 데리고 와 겨울을 난다. 한 둥지에 두 개의 알을 낳으니 네 식구가 함께 날아온다. 하지만 새끼를 한 마리만 데리고 오거나 두 부부만 단출하게 겨울을 지내기도 한다. 네 식구가 함께 들판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안도하며 인사를 건넨다. 그렇지 않을 땐, “새끼가 한 마리네?” “무슨 일 때문에 자식 농사에 실패했을까?” 겨우내 새를 지켜보며 걱정을 나누기도 한다.
철원=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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