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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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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단 ‘슈스케’는 성공할까

청년할당제 폐지하는 청년 이준석, ‘대변인단 공개경쟁 선발제’ 대표로서 첫 시험대
등록 2021-06-19 09:42 수정 2021-06-24 01:44
2011년 12월2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에 임명된 이준석 당시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2011년 12월2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에 임명된 이준석 당시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6월20일부터 ‘대변인단 공개경쟁 선발’을 위한 오디션 지원자 접수를 시행한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과거 바른정당 때부터 시도해온 ‘토론 배틀’로 경쟁을 붙여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청년할당제 폐지를 전제로 하다보니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청년할당제는 국민의힘 청년정치인을 비롯해 당내 중진 인사까지 찬성해온 정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 66.7%가 찬성하는 제도다.1 이준석 대표의 정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첫 시험대에 올랐다.

탁월한 능력을 갖춘 청년과 여성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면 할당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여성이나 청년이 인재 선발에서 전혀 불리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 게 (할당제 폐지) 도입의 취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조직 동원 같은 요소가 걷히고 나니 여성에게도 공정한 장이 펼쳐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해서 기회의 평등을 만들자는 게 내 입장이다. 반대로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운동장은 그대로 두고, 결과만 보정하자는 얘기에 가깝다.”2

세상 모든 할당제를 다 없앤다?

국민의힘 당내에서 청년할당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시기상조’다. “아직은 청년 정치인 수가 부족하다. (할당제로) 청년이 많이 들어와 양질의 정치인으로 육성된 이들이 (더 좋은 자리로) 나아갈 수 있다. (할당제로) 정치 경험에 노출되고 현실정치 경험이 생겨야 숨겨진 자질까지 발굴될 수 있다고 본다.”(이효원 전 미래통합당 한국식 영 유니온 준비위원)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6월15일 KBS 인터뷰에서 “청년층이 (정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할당제(30%)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와는) 방법론의 차이인 거지 결국에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본다. 누구나 공정하게 참여하는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청년할당제가 없어지면 엘리트 청년이 기회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다. “(성급한 할당제 폐지는)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경쟁의 장에 모이게 하고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영입하면 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결국 이준석 대표와) 비슷한 (엘리트) 사람들을 선발하겠다는 생각으로 볼 수 있다.”(국민의힘 대학생위원회 ㄱ씨) 이 대표는 2004년 미국 하버드대학 1학년일 때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유승민 의원의 인턴이 됐다. 7년 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셋째, 토론 배틀이 정치인의 자질을 온전히 측정할 수 있느냐다. “지도자로서의 일관성, 책임감 등은 토론 배틀로 어떻게 측정하나. 심지어 토론 배틀도 정성평가다보니 심사하는 사람이 공정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도 있다.” 21대 총선에서 당의 전략·조직·인사·재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보좌했던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 조직부총장의 말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준석 대표의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 발상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단한다. “세상의 모든 할당제가 다 잘못됐고 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대표가 원하는 게 아닐 거라고 본다. 여성할당제 폐지는 선거법을 고치지 않는 한 안 되는 문제다. 이런 부분을 이 대표 평소 생각만큼 한꺼번에 다 없앨 수 있겠느냐, 현실이 문제다.”3

이 대표가 선전할수록 할당제 논의 축소

그러나 이 대표의 생각은 청년할당제뿐 아니라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한 ‘유럽형 청년정치인 양성 시스템’까지 부정하는 데로 나아간다. “정치인은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 발굴”되기에 “애초에 풍부한 자질을 지닌”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고 선발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전형적인 엘리트주의다.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 (…) 우리가 엘리트주의를 욕하기 전에 지금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준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4

그 결과, 20~30대 남성의 민심을 대변하며 이 대표가 선전할수록 청년정치인 할당제 논의는 축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는 “경쟁 상황 속에서” 당연하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만 봐도 내가 관심받으면서 청년 몫 최고위원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어차피 경쟁 상황 속에서 청년 리그와 일반 리그를 따로 운영해서는 결코 청년의 정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청년 비례대표제도에 대해서는 내가 수혜자가 될 수도 있지만 5년 전부터 반대한다고 밝혀왔다.”5 앞서 2018년 9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으로 당선될 때 이 대표는 당 청년위원회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당 청년위원회의 기존 지역별 청년위원장들 사이에서 연공서열이 생기고, 이 구조가 새로운 청년정치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장벽을 만든다는 이유에서다.6

대신 청년정치인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보상’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겠다는 의지를 이 대표는 보여준다. 이번 국민의힘 대변인단 공개채용 제도도 ‘정무직’인 대변인단에 이례적으로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후원금 1억5천만원 가운데 3천만원을 선거비용으로 쓴 이유를 두고 나머지 1억2천만원을 토론 배틀에서 뽑힌 대변인에게 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판의 무급페이 관행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좌절하게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성과를 내면 금전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뛰어난 청년들이 정치판에 들어오지 않을까. 정치도 아르바이트나 직업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폐지되긴 했지만 지구당 체제를 혁신적으로 살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정치인에게 급여를 주는 구체적 시스템도 고려해줬으면 한다.”(정수현 전 바른정당 2030학회 바른집현전 대표)

‘포스트 이준석’이 나올까

한때 이 대표는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다. 2016년 1월 20대 총선 서울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당에서 온건 보수 목소리가 줄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내 색채를 드러내고 당당하게 일하겠다.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에 동참하는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5년여 지나 그는 엘리트주의를 당당하게 말하는 ‘냉혹한 보수’로 변신했다.

이 대표는 어떤 모습으로 또 달라질까. 청년할당제 폐지의 당내 반대 여론을 수용할지,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등 각종 청년조직까지 없앨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청년정치 활동을 위한 보상시스템을 만들지, 여러 갈림길이 있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포스트 이준석’이 나오는 토대가 만들어질지는 그의 정치 실험에 달렸다.

이정규 기자 @hani.co.kr

참고 문헌
1.글로벌리서치 의뢰 2020년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
-조사대상: 전국에 거주하는 19살 이상 유권자 1천 명
-조사기간: 2019년 12월27~28일
-조사방법: 무선전화면접 80.2%, 유선전화면접 19.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2.‘이준석, “윤석열, 안철수 선례가 타산지석 되길”’, <경향신문> 2021년 6월13일
3.유승민, “보수적인 유권자, 전략적 판단 시작했다”, SBS <이슈블라> 2021년 6월15일
4.<공정한 경쟁>, 이준석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2019
5.‘중진들의 집중 견제? 1위, 지켜낼 수 있을까’,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1년 6월3일
6.‘통합당, 청년정치 바라면 고인 물인 당 청년조직부터 없애야’, <동아일보> 2020년 5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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